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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티 전망대 카페와 마트 돌아보기

그리고 안전한 밤거리

by 해일


[리츠칼튼 알마티 스카이 바 앤 라운지(Sky Bar and Lounge)]


뜨거운 시간에는 카페 코스가 정답이 될 수 있다.

콧구멍에 드는 바람 느낌이 좋은 날이라면 Lee House에서 걸어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경로 중간에 있던 공원 통해서 사부작사부작.


그러나 이날은 공기가 상서롭지 않아서 식후 산책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택시를 탔다.

살짝 건물 뒤편에 내린 탓에 결국 태양광을 정통으로 맞으며 조금 걷는 엔딩을 맞이했지만 아주 비극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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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때문에 예술적으로 휘어진 빨간색 크레용 같은 게 보이면 리츠칼튼 로비가 맞다.

저 친구 시선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엘리베이터가 있다.

목적지는 30층 Sky Bar and Lounge,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입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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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번쩍번쩍한 내부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는 콘셉트는 당연히 아니고 경치 보면서 잠깐 쉬다가는 전망대같은 공간이다.

한켠에서는 비즈니스 미팅도 하고 있어서 카작어와 중국어가 섞여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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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메뉴판 사진은 없지만...

일부 칵테일 가격이 6천 텡게 남짓, 아아는 4천 텡게 정도 했던 것 같다.

4명이서 5만 3천원 정도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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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까까와 안주도 제공하는 뷰 좋은 호텔 라운지'라고 하면 오히려 저렴하다.

아메리카노에 같이 내어주는 초콜릿칩 쿠키와 안주 세트에 있던 치즈가 특히 취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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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초코스러운 것이 '윌리웡카'

칵테일 메뉴는 잔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짹짹이 똥꼬에다가 빨대를 꽂는 아이디어라니.

어쩔 수 없이 설거지 담당 직원 걱정을 살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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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창가뷰 사진

호텔이니만큼 직원들과 영어로도 소통이 가능하다.

결제할 때 내민 고양이 카드를 귀여워하심.


호텔 1층에는 스타벅스가 있으므로 택시 불러놓고 MD 구경하면 적당한 타이밍이 된다.



그리고 리츠칼튼 옆은 쇼핑센터 건물이다.

덕분에 빌딩풍을 온 안면으로 받을 수 있다.

Paul이 입점해있던데 말고기 웜샐러드*가 있는 것을 보면 메뉴는 확실히 나라마다 다르다.

* 과거 식당에서 보이면 심심찮게 주문해먹던 메뉴 중 하나다. 보통 양념된 말고기를 구워서 얹어주므로 맛이 없을 수 없으니 혹시 보인다면 시도해봐도 좋다.




[갈마트(Galmart)]

* 마트 구매품 추천?


다음날 장거리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 장을 봐야했다.

그러나 숙소 근처 마트인 매그넘(magnum) 상태가 그닥 좋지 않다.

겸사겸사 고객님들을 괜찮은 마트로 한번 모시기로 했다.


아스타나에서도 큰 마트라고 하면 쇼핑몰 '케루엔(Керуен)'에 있는 갈마트였다.

마침 대형 쇼핑몰 도스틱 플라자(достык плаза) 안에 갈마트가 있길래 일부러 그리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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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s는 버섯맛으로 입문했었다.

비교적 최근에는 잘 안보이던 오이맛 레이즈 감자칩이 있었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으니 시도해봄직하다.


SE-0e5a1d43-d80a-4631-bf4b-0ebb237cc369.png?type=w773 대체유 도장깨기 가능

헤이즐넛 착즙액에 에스프레소샷 넣은 라떼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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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치즈 구경 실컷 하다가 체칠(Чечил)* 구매.

한국에 갈 때마다 사갔던 치즈다.

* 진미채처럼 생겨서 짭짤하고 쭉쭉 찢어지는 훌륭한 안주


SE-489599f7-017d-43c4-8d0f-35ce579405ac.png?type=w773 꿀벌옷을 입은 몽당다리 말ㅋㅋㅋㅋ

꿀(бал) 들어간 마유주인 것 같다.

* 크므스(Кумыс)는 마유, 슈밧(Шубат)은 낙타유. 맛의 강도를 비교하자면 다음과 같다. 마유가 가벼운 땀냄새라면 낙타유는 비 오는 날 산책을 마친 성견 프렌치불독 주름 사이에서 풍겨나오는 체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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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났다 쿠르트

오른쪽 킹받게 생긴 쿠르트를 문화체험 용도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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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발카이막(балкаймак), 직역하면 '꿀크림'이다.

* 냉장보관이라 안 사왔는데 제조법이 간단해서 한번 만들어볼까하고 있음.

오른쪽은 영원한 내 사랑 씨르끼(сырки), 초콜릿 씌운 치즈바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고소하고 우유맛 나는 그것만이 '카이막'이라는 타이틀을 갖지는 않는다.

카이막은 걸쭉한 유제품을 아우르기 때문에 크림치즈같은 것도 카이막이 될 수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카이막'이라고 하는 것은 보통 러시아의 '스메따나(сметана)', 유사 사워크림을 가리킨다.



SE-a3fc8d27-ea81-44e3-82c6-c35a89b5d10c.png?type=w773 얼떨결에 무더기로 찍힌 삼각김밥들

보르쉬를 종종 끓이는데 채썰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8할이라고 느낀다(칼질 못함)

그럴때마다 채썰어서 포장한 채소 봉다리들이 그리웠다.



SE-a6701fb9-6cd1-4c09-92d9-08af2f2cea68.png?type=w773 반찬 파는 곳 살짝 지나면 있음

그리고 또다른 내 사랑 바뜨루쉬까(ватрушка)

뜨바록(또는 뜨보락, творог. 코티지 치즈로 번역된다)을 올려 구운 빵이다.

새삼 뜨바록에 상당히 진심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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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따끈한 바뜨루쉬까를 크게 베어먹고 하트 뿅뿅된 순간]


2012년 여름의 우크라이나였다.


굉장한 내향형이지만 이 빵을 건네준 아저씨께 즉시 이게 뭐냐고 여쭤볼 수 밖에 없었다.

아저씨는 정말 모르냐는 얼굴로 'булочка!'라고 시크하게 대답하셨다.

불로치까(булочка)는 대충 빵이라는 뜻이다.

이게 뭐냐고 묻는 말에 "???빵이잖아!"라고 대답하신 거임.


생김새를 잘 기억해뒀다가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모스크바로 돌아온 후였다.



대충 슥 둘러보고 고객님들 체력 상황 고려해서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휴식




[밤산책]


이윽고 관짝 열고 나오는 뱀파이어처럼 집을 나섰다.

공기가 좀 식지 않았을까, 했는데 커녕이다.

아르바트쪽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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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9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굉장한 인파였다.

이제 겨우 삑삑이 신발 신고 다닐 나이쯤 된 사람들도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 마트 매그넘(Magnum) -


숙소 근처 매그넘은 위치도 좋고 크기도 크고 필요한 것을 당장 사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러나 관념 속의 '괜찮은 마트'와 비교하여 생각보다는 별로라고 전술했다.

* 수습 안되고 있는 깨진 타일, (방문한 날들만 유독 그랬는지) 나락으로 잰 걸음을 내딛던 채소와 과일, 누군가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싸우다 분에 못 이겨 음료를 냉장고에 던져넣으면서 수납하고 있던 직원 정도.


SE-4527e3ec-6479-43af-9bad-318fe4ef6363.jpg?type=w773 어린이용 바냐 모자는 다른 디자인도 있었다. 키티와 개구리참외 무늬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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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한식이 그립지 않았던 이유 :

다른 나라는 모르겠는데 카자흐스탄, 러시아에서는 조금 큰 슈퍼만 가도 한국 라면이 그냥 있다.

지나가면서 보이기 때문에 정 필요하면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절박함이 0에 수렴한 것 같다.

* 사실 몇 년 동안 러시아에서 라면 내돈내산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참고로 '김치나 쌀 없이도 잘 살지만 어쩌다 한번 먹으면 한국인의 힘이 도는 것을 느끼는 사람'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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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파스타, 잡곡, 설탕을 아이스크림 냉동고 같은 곳에 잔뜩 넣어두고 무게 달아서 사가게 해놨다.

긴축 재정 운영으로 인해 식비 절감이 절실하다면 해볼만하겠으나 위생이나 퀄리티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눈감아야 할 것 같다.


산책 중에 생각없이 들렀기 때문에 아무것도 사지 않고 마트를 나왔다.

젠코프 성당 방향을 보며 아르바트를 걷다가 오른쪽으로 벗어나 고골 거리로 나갔다.


도중에 CU 편의점이 보이자 나무젓가락을 더 사야한다는 사실이 떠올라 잠시 들어가봤다.

여러 국뽕 매체에서 난리법석을 떠는 만큼의 인기는 확실히 아닌 모습이다.

*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한강라면 먹는 테이블이 하나 있긴 했다.


근처에 IU라는 편의점 브랜드가 또 있던데 오히려 여기에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그리고 아르바트 부근에서 제일 핫해보이던 가게

어디에나 있을법한 아이스크림, 아이스티를 판매하는데 이상하리만치 사람들이 바글바글 터져나와있었다.


곧 고골 거리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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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클리셰가 모두 버무려진듯한 간판을 만났다.

젓가락인듯한 평행선, 'YELLOWS', 'asia', 'ramen', 'skincare', 진짜로 노란 간판

그래도 노란색+파란색 조합은 산뜻하니 좋다.


이 간판을 앞에두고 왼쪽으로 쭉쭉 가면 밤 10시 넘은 시간에도 많은 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24시간 식당을 지난다.

그곳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길다란 마트 하나 등장




- 마트 유빌레이니(Юбилейный) -


초초대형마트나 스똘리치니(столичный) 마트는 숙소에서 거리가 좀 있다.

아르바트 근처에서는 그나마 상품 종류가 제일 많은 곳인 것 같다.


들어가면 계산대 근처에서 석류, 오렌지 같은 생과일을 착즙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다른 마트처럼 케이크나 작은 디저트가 들어간 쇼케이스도 베이커리 안에 마련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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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달고 살던 에피카(Epica) 요거트 발견

비요뜨보다 상큼한 맛이 더 많다.

레몬맛 요거트+화이트초콜릿/피스타치오 토핑을 좋아했는데 그건 없었으니 견과류맛 추천


SE-56eaf4f6-0595-482b-8f8d-26e24930088d.png?type=w773 영상 캡쳐했더니 화질이 영 별로다

그리고 살짝 구워서 스메따나 얹어먹으면 맛있는 흑빵 일부

제품에 따라 시큼한 맛과 스파이시함이 다르다.

해바라기씨같은 견과류 빽빽하게 들어간 흑빵도 고소하고 굿


한국 빵값 워낙 비싸지만 특히 색깔 좀 거무튀튀한 빵이다 싶으면 온갖 영양, 건강 프리미엄 다 붙이는 것 같다.

어른들의 사정이 있으려니 하지만 그래도 너무 비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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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에 '베르티 보츠의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젤리'가 있다면,

구소련에는 '오리온의 온갖 맛이 나는 초코파이'가 있다.

얘기로만 들었던 룸메에게 이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최애는 오렌지 초콜릿칩과 빈 케이크(자허토르테)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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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맥도날드가 존재하던 시절, 맥모닝 메뉴에 홍차나 녹차를 주문하면 줬던 리처드(Richard) 브랜드 티백.


SE-7630a580-befa-4e22-b7f5-789bf27ae6a4.png?type=w773 마트 저쪽 한켠에는 와인과 술이 이렇게 잘 정리가 되어있다

한국에서는 희귀한 조지아 와인을 시도해 볼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킨즈마라울리(киндзмараули)를 선호하는데 라벨에 적혀있으니 찾아보면 된다.

와인 특유의 포도방구냄새가 적은, 말 그대로 '포도주' 맛을 느낄 수 있다.

주류 결제는 마트 계산대가 아닌 이 공간에 있는 별도 계산대에서 해야 한다.

* 카자흐스탄 행정법에 따라 오후 11시 이후에는 주류 판매를 중단한다(익일 오전 8시까지). 30도 넘어가는 독주의 경우 오후 9시부터 판매 중단 주의(익일 정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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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서 세일할 때만 사먹던 스위스 모벤픽(Movenpick) 아이스크림 포착

이 친구도 전쟁 이후로 러시아에서 이름이 'Monterra'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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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 안 할 때, 심지어 작은 사이즈로 사는 사치는 여행이니까 가능하다.

다른 맛도 많지만 바닐라, 초콜릿같은 기본 맛이 오히려 더 생각난다.




[멜로만(Мелеман) 서점]


나무젓가락만 사서 마트를 나와 모벤픽을 없앤 후 또 오른쪽으로 걸어갔다.

IMG_8321.jpg?type=w773 내적 친밀감 있는 알텔(Altel)과 델파파(Del Papa)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오면 위에서 하얀 등이 같이 켜져 보도를 비춘다.

* 한국에도 이런 시스템이 있지만 왜인지 여기가 더 밝아보인다(휴가라서 그런가)

위 사진은 어느정도 밝은지 찍으려다 타이밍 놓친 것..


건너편에 보이는 델파파(Del Papa)도 몇 년 전 묵은 기억에 따르면 괜찮았기 때문에 한번 브런치 방문하기로 했다.

* 델파파 지점은 여기저기에 있다.


조금만 더 가면 갑자기 밝은 매장이 나온다.

서점, 문구, 플스, 장난감까지 판매하는 곳으로 교보문고+핫트랙스 느낌이다.

러시아 문학 원서 하나 사고 싶었는데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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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코너로 들어갔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Я не прощаюсь)'가 진열되어 있다.


IMG_8324.jpg?type=w773 도스토옙스키 - 죄와 벌(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말그대로 밤새 다 읽었던 어느날이 생각나서 하나 구매하기로 했다.

오른쪽이 하드커버라서 보관에 좀 더 용이하지만 왼쪽에 그려진 직설적인 도끼를 외면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왼쪽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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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프(Вулф)? 울프? 누구여? 하다가 위의 비르지니아(Вирджиния)를 보고 깨달음이 왔다,

버지니아 울프다.


한참 구경하다가 멜로만 서점 영업 종료시간이 언젠가 하고 보니 24시간 영업이다.

마음 놓고 밤 11시 가까이 되어서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도 아르바트 주변에는 제정신으로 노니는 사람이 많았다.

성인, 청소년은 차치하고 서너살된 베이비들까지 잠을 안 자고 돌아다니고 있다.

보호자가 옆에 착 붙어있지도 않다.

이건 아스타나나 러시아에서는 못 보던 장면이다.

* 치안에 대해 얘기하자면 의외로 그 어디서도 위협받은 적이 딱히 없었다.

* 이렇게 식당이나 카페가 한참동안, 심지어 24시간 운영하는 곳에서 살다가 한국을 가니까 다들 일찍 문 닫는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낮에 더우니까 밤에 뽕을 뽑는 건가,

이 사람들 잠은 언제 자고 출근은 언제하는가,

잠 못 잔 애들은 고기 섭취량 덕분에 크는건가,

여러 의문을 갖고 숙소로 향했다.


다음날 보바씨에게 물어봐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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