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실 디데이까지 해놓고
하루하루 기다리고 있었는데,
막상 날짜가 점점 가까워져 와도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답답하고 초조한 느낌이 들었다.
이상했다.
방학을 한 주 남기고는 명상도 하기 싫었고
글도 쓰지 않게 되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계속 넷플릭스와 유튜브만 보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더 초조하고 답답해졌다.
주말 저녁,
혼자 시간이 주어져서
밤 산책에 나갔다.
마음은 꽉 막혔지만
비 온 뒤 선선해진 바람이 좋았다.
나는 계속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서 생각이 조금 정리되었다.
불안과 초초함 그리고 답답함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올해 4월쯤이던가
나는 면직 선언을 했다.
꾸욱 참고 있었던 마음이 터져버렸었다.
그렇게 터뜨릴 때는
그 이후 일들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 힘들어!! 그만할래 이제 진짜!!!
라고 울부짖은 느낌.
막상 면직을 이야기하니,
가족들의 반대가 많았다.
대놓고 반대는 아니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누구나 힘든 시기는 오니 잘 넘겨서
다시 회복할 수 있다.”
“면직은 너무 아깝다 휴직을 해봐라.”
“그만두면 무엇을 할 거니?”
이 과정 속에서
서로의 의견 차이 때문에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나는 힘들었다.
그리고 다시 외면해 버렸다.
(한 걸음 떨어져 보니 가족들의 입장이 이해가 갔지만, 의견을 맞춰가며 이끌어나갈 힘이 없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더 이상 꺼내지 않았다.
가족들은 내가 힘든 시기를
넘기고 있는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계속 원하고 있었다.
꺼내지 않았을 뿐.
그렇게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학교 일이 바빠 다른 생각을 할 정신도 없었던 것 같다.
여름 방학,
여름 방학은 내가 처음 면직을 말했을 때
정해놓은 기간이다.
올해 한 학기만 하겠다고.
방학 전까지만 하겠다고 했었다.
이렇게 정해진 기한이 다가오자
마음 안에 다시 넣어놓았던,
나의 진로 문제가 다시 고개를 내민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힘든 과정이 될지라도
마주해야 한다고.
두려움에 자꾸 이 문제를
외면하려 하기도 했지만
다시.
다시 일어나서
마주해 보기로 했다.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보자는 마음이었던 그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