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사이에서 터지는 인간 드라마
그러나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 전쟁은 시작된다.
책장은 고요하지만, 그 사이에서 인간 드라마가 활화산처럼 치솟는다.
오늘도 나는 독서토론 자리에 앉았다.
시작은 평화로웠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책의 감동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한 사람의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이 책, 감상에만 의존하고 있네요. 문체도 조잡하고… 감동을 억지로 짜내려는 느낌입니다.”
공간 안의 온도가 뚝 떨어졌다.
모두가 애써 미소를 유지했지만, 공기에는 긴장감이 서렸다.
그리고 마침내, 20대 청년이 참다 못해 폭발했다.
“언제까지 이런 부정적인 말만 들어야 합니까?!”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목소리는 날카롭게 교실을 울렸다.
순간, 작은 전쟁터가 된 책 모임.
아이러니하게도, 그 부정적인 목소리를 지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이미 모임 속에서 ‘냉소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사람들의 눈길은 점점 차갑게 그를 외곽으로 밀어냈다.
나는 숨을 죽였다.
마치 교실에서 한 아이가 왕따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듯했다.
독서토론이라는 이름 아래, 여기에도 인간 군상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었다.
독서토론에는 두 부족이 있다.
눈물과 공감을 무기로 한 감성파, 논리와 비판을 앞세운 이성파.
“이 장면에서 저는 정말 울었어요.”
“아뇨, 그건 작위적입니다. 개연성이 없어요.”
두 언어는 평행선이다.
감성파는 이성파를 차갑다고 여기고, 이성파는 감성파를 유치하다고 깎아내린다.
그래서 독서토론장은 언제든 화산이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다.
이 싸움이 흥미로운 이유는 따로 있다.
책에 대한 평가라는 가면 뒤로, 사람들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완벽주의자는 작은 문법 오류까지 집요하게 파고들고, 낙천주의자는 모든 장면을 찬양한다.
권위적인 사람은 “내 해석이 정답”이라 우기고, 민주적인 사람은 끝까지 모두의 의견을 담아내려 한다.
결국 우리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내면을 읽고 있는 셈이었다.
놀라운 건, 이런 격렬한 충돌이 반복되면서도 사람들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왜 저렇게 까칠할까?” 싶던 사람에게서, 언젠가 “아, 저 사람은 저런 렌즈로 세상을 보는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온다.
불꽃 같은 논쟁 속에서 이해의 싹이 자라난다.
토론은 때로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때로 지진처럼 격렬하게 요동친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책을 사랑한다는 마음.
그 마음이 있기에 사람들은 모이고, 부딪히고, 결국 성장한다.
책은 핑계일 뿐이다. 우리가 토론하는 건 삶이다.
그래서 독서토론은 활화산 같다.
언제 터질지 모르지만, 그 폭발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새로운 땅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