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비문(非文), 한국어3

by 연목

3. 피동문과 사동문

"선생님, '당하다'하고 '시키다'하고 뭐가 달라요?"

하산의 질문에 나는 칠판에 예문을 써 내려간다.

"철수가 영희에게 맞았다."
"철수가 영희를 때렸다."

"첫 번째는 피동문이에요. 철수가 당하는 거죠. 두 번째는 능동문이에요. 철수가 하는 거예요."

설명을 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피동과 능동. 당하는 것과 하는 것. 내 삶은 어느 쪽에 가까웠을까.

"그럼 사동문은 뭐예요?"

"철수가 영희에게 숙제를 시켰다. 이런 게 사동문이에요. 누군가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거죠."

하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진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당하는 삶이었을까, 하는 삶이었을까.

수업이 끝나고 하산이 다가 온다.

"선생님, 친구가 공장에서 다쳤어요."

하산의 한국어는 아직 서툴지만, 진정성이 느껴진다.

"기계가 손가락을 잘랐어요. 그런데 사장이 말해요. '네가 조심하지 않아서 그렇다.' 친구는 아무 말 못 했어요."

나는 조용히 듣는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피동과 능동의 복잡한 관계를 본다.

"친구는 말해요. '나는 당했다.' 그런데 사장은 말해요. '너는 실수했다.' 누가 맞아요?"

어려운 질문이다. 문법적으로는 둘 다 맞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느 쪽이 맞을까.

"때로는 같은 상황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어요. 관점에 따라서요."

내 대답이 충분한지 의문이다. 하산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여전히 복잡한 표정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산의 말이 계속 맴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니 대부분 '당한' 것들이었다. 이혼도, 논문 탈락도, 병도 모두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 일들이었다. 그런데 정말 모든 것을 '당한' 것일까?

그날 밤 서윤은 오래된 일기장을 꺼냈다. 결혼 생활 마지막 해에 쓴 글들이었다.

"남편이 또 늦게 들어왔다. 아무 말도 없이." "민우가 아빠만 찾는다. 나는 투명인간 같다." "논문 진도가 너무 느리다. 교수님이 실망하신 것 같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외부의 잘못인 것 같았다. 남편이 무관심하고, 아들이 엄마를 멀리하고, 교수가 너무 까다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니 다른 해석이 가능했다. 어쩌면 자신도 그 상황들을 '만드는' 데 기여했을지도 몰랐다.

남편이 늦게 들어올 때 서윤은 묻지 않았다. 대화를 피했다. 민우가 아빠를 찾을 때도 서운해하기만 했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논문도 마찬가지였다. 교수의 지적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방어적으로 반응했다. 감정적으로 글을 썼다고 비판받으면 더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나는 당했다"가 아니라 "나는 그렇게 되도록 놔뒀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다음 날 수업에서, 서윤은 하산에게 물었다.

"하산 씨, 라힘 씨는 지금 어때요?"

"병원에서 나왔어요. 근데 일은 못 해요."

"사장님은?"

"아무것도 안 해줬어요. 병원비만 조금 줬어요."

서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산 씨, 라힘 씨한테 전해 주세요. 고용노동부에 산업재해로 신청하라고 하세요."

하산은 고개를 저었다.

"신고하면 라힘 쫓겨나요. 비자 문제 있어요."

"미등록 체류외국인도 산업재해 신청할 수 있어요. 어려우면 제가 도와줄게요."

"선생님, 괜찮아요. 라힘 씨는 이미 알아요. 우리는 여기서 약해요. 말 못 해요."

서윤은 할 말을 잃었다.

하산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저는 한국어 열심히 배워요. 말 잘하면, 조금 덜 약해질 것 같아서요."

서윤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언어. 힘이 될 수도,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 하지만 동시에, 언어를 가졌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서윤 자신이 그 증거였다. 그녀는 한국어 강사였지만, 자신의 언어로도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 서윤은 센터 사무실로 갔다. 센터장이 있었다.

"이 선생님, 다음 달부터 센터 운영 중단됩니다. 들으셨죠?"

"네."

"죄송해요. 우리도 어쩔 수 없어서요. 지원금이 끊겼어요."

"알아요."

"이 선생님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다른 데 알아보세요. 선생님 같은 분은 어디서에서든지 환영받으실 거예요."

센터장의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서윤은 알았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마흔둘, 박사 학위 없음, 건강 문제 있음. 그녀는 환영받지 못했다.

"네. 알아볼게요."

서윤은 고개를 숙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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