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푸름에 대하여

by 그린버드

그것은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하늘의 푸름이
나무의 푸름이
물의 푸름이
모두 섞여 있었지만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얼굴이 없다는 것.

나는 그 푸름 앞에서 얼어붙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았지만
손은 허공을 휘저었고
푸름은 여전히 저기, 거기에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었다.

어쩌면 모든 푸름은
얼굴이 없는 것인지도 몰랐다.
나뭇잎의 뒷면처럼
물이 고인 골목길의 웅덩이처럼
유리창에 비친 하늘처럼
그것들은 거기 있으면서도
거기 없었다.

나는 기억했다.
어린 시절 본 그 푸름을
차가운 겨울날 아침
창문에 맺힌 성에 너머로 보이던
희미한 하늘의 색을.

그것에게는 얼굴이 없었다.
눈도 코도 입도 없었다.
그저 푸름만이 있었다.
온전한, 완전한, 두려운 푸름.

우리는 얼굴 없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묻는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푸름은 대답하지 않는다.
푸름은 그저 거기,
얼굴 없이 존재한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일까.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