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시, 표현주의
<젤리 공장의 유령과 앨리스>
1.
끓고 있는 냄비 속에서 플라스틱 병정들이 왈츠를 춰요.
녹아내리는 총구에서 딸기 시럽이 끈적하게 흐르고
식탁 밑에 숨은 우리는 서로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키득거리지.
오늘 저녁은 썩지 않는 스튜야.
우리는 입을 벌려 뜨거운 김을 마셔.
뱃속에서 장난감들이 조립되는 소리가 들려
달그락, 달그락.
2.
놀이터의 그네는 어제 과속방지턱을 넘다가 목이 부러졌어.
죽은 그네를 위해 검은 양복을 입은 고양이들이 조문을 와.
그들은 주머니에서 훔친 생선 눈알을 꺼내 바닥에 깔지.
미끄러워, 여기는 너무 미끄러워서 슬픔이 직립보행을 못 해.
그러니까 페달을 더 세게 밟아야 해.
자전거 바퀴가 네모가 될 때까지.
3.
어느 날 내게 립스틱을 건네며 말했지.
환상은 내장이 없는 짐승이란다, 아가야.
나는 거울을 보며 콧수염 위에 붉은색을 칠해.
입을 벌리면 나비 떼가 쏟아져 나올 줄 알았는데
검고 축축한 비명만 흘러나와 바닥을 적시네.
바닥은 점점 부풀어 올라.
마치 덜 익은 빵 반죽처럼.
4.
냄비 뚜껑이 열리고 딸기 시럽을 뒤집어쓴 병정들이 기어 나와.
그들은 부러진 그네의 목을 타고 미끄럼틀을 내려오지.
빵 반죽 위에서 탭댄스를 추고 있어.
봐, 언니.
아까 우리가 삼켰던 장난감들이 춤을 추며 튀어나와.
바닥이 천장이 되고, 천장이 바닥이 되는
지루하고도 멋진 구토의 파티.
5.
아무도 집에 돌아가지 않아.
여기가 집인지 무덤인지 젤리 공장인지 잊어버렸으니까.
달이 녹아서 노란 버터처럼 창문에 발라지면
우리는 서로의 꼬리를 잡고 빙글빙글 돌 거야.
나는 그저 아주 달콤하고 미끈거리는 유령이 되고 싶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