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으로 넘어가는 방법

난해시, 기괴함 주의

by 그린버드

표현, 주제 주의 부탁드립니다



<다음 생으로 넘어가는 방법>

여기 침대보에는 지난주에 죽은 고양이의
검은 털이 박혀 있어
에어컨은 고장 났고
천장의 선풍기는 마치 유령의 팔처럼
이상한 방향으로만 돌고 있지
창밖의 공기는 끓고 있어서
숨 쉴 때마다 녹슨 냄새가 나
이 방의 먼지는 사실
파우더로 갈아 놓은 지난밤의 외로움이래
벨보이의 손가락은 여섯 개인데
자꾸 우리에게 환영한다는 미소를 보내
​잠깐의 정적. 모든 것은 멈춰있다.
​버스가 사거리에서 멈춘 지 벌써 사흘째
헤드라이트는 죽은 물고기의 눈알처럼 탁하고
운전사는 면허증 대신 찢어진 잡지를 읽고 있어
승객들은 모두 마네킹인데
옷은 전부 젖어 있고, 슬리퍼를 신고 있지
누군가 버스 문을 두드리면
그들은 침묵이라는 물을 쏟아낼 거야
나는 그 앞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오래된 사랑 노래를 불러야 할까?
아니면 그냥 혀를 깨물고
벽지에 붙은 곰팡이를 세어야 할까?
​이봐, 내가 어제 훔쳐 온 거울 속에는
우리 대신 1980년대의 늙은 댄서가 춤을 추고 있어
그는 닳아빠진 무대를 사랑하고
땀 대신 진한 체리 맛 시럽을 흘리지
우리는 사랑 대신
날카로운 칼날로 서로의 손금만 확인했었지
당신은 늘 나에게
붉은 립스틱을 발라줬지만
그건 아스팔트가 녹은 맛이 났었지, 기억해?
지금 이 침묵은 텔레비전이 켜지지 않는 이유
​다시 선풍기가 돌고
나는 당신이 벗어놓은 가죽 재킷을 입어봤어
냄새가 너무 낯설어서 울고 싶어졌지
이 모텔에는 출구가 없어
복도는 모두 후회와 똑같은 색으로 칠해져 있으니까
가장 환상적인 순간은
우리가 서로를 가장 깊이 오해했을 때였지
​이제 우리는 다음 생으로 넘어갈 시간이야
다음 방으로 가기 위해
문은 부술 필요 없어
그냥 이 끈적한 먼지를 마시면 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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