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끈과 공중의 왈츠

난해시, 주제 주의

by 그린버드

주제, 표현 주의 부탁드립니다


*


<썩은 끈과 공중의 왈츠 >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나요
우리는 같은 진흙탕에서 굴렀는데 왜 뺨은 나만 부어오른 걸까
​너는 하늘 높이 펄럭이고
나는 바닥에서 끈을 쥐고 있다, 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끈은 쥐자마자 녹아내리는 설탕이었거나
어제 먹다 남은 차가운 스파게티 면발이었을지도 모르지
​줄이 끊어졌다
라고 소리치는 순간, 우리는 가장 단단하게 묶인다
그것은 비극을 연기하는 삼류 배우의 표정처럼
아주 끈질기고 구역질 나는 접착력
​보라, 저기 공중에 뜬 것은
너의 찢어진 치맛자락인가, 아니면 내 잃어버린 속눈썹인가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서 우리는 서로의 냄새를 맡을 수 없는데
왜 콧속에는 자꾸만 네가 뱉은 껌 냄새가 진동을 하는지
​(우리는 춤을 춘다, 음악도 없이, 발도 없이)
​줄을 당겨요? 아니면 놓아요
글쎄다, 줄이라는 게 원래 있었니
​너는 저기서 빙글빙글 돌며 추락하고
나는 여기서 빙글빙글 돌며 솟구친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서로의 가장 깊은 구멍을 조준하고 있다
​아주 멀리 떨어진 채로
아주 가까운 살의(殺意)를 나누며
​엉키고 설킨 채
연(鳶)이 되어 날아가는 연(連)들
우리는 바닥난 파티장의 풍선처럼
서로의 발목을 잡고 둥둥 떠다닌다
​이어지지 않은 척하면서
징그럽게,
아주 징그럽게.

토요일 연재
이전 09화플라스틱 병동의 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