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시, 주제 주의
주제, 표현 주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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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코미디언의 만찬>
어제 우리는 고장 난 믹서기 앞에서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기로 했지
나는 너의 구멍 난 스타킹이 되었고
너는 나의 오래된 편두통이 되어
식탁 위엔 목이 잘린 튤립이
자꾸만 케첩처럼 붉은 침을 흘리는데
날씨가 참 좋군요, 장례식을 하기에 딱
누군가 창밖에서 트럼펫을 불다 쓰러졌고
우리는 박자를 놓친 채
열심히 고기를 썰었다
접시가 비명을 지를 때마다
네 속눈썹은 파리 다리처럼 바르르 떨렸지
사실 나는 주머니 속에
죽은 참새를 한 마리 숨겨두고 있었어,
그게 네가 잃어버린 마지막 키스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
우리는 서로 다른 페이지를 읽으며
동시에 눈물을 흘리는 슬픈 코미디언들
내가 오른쪽으로 돌면
너는 바닥으로 꺼지는
이 기막힌 엇박자의 춤
결국 음악은 끝난 적이 없었던 거야
우리가 듣지 않으려 귀를 막았을 뿐
바닥에 쏟아진 수프가
천천히 지도를 그리며
너와 나의 발끝을 적시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