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밑에서 자라는

난해시, 기괴함 주의

by 그린버드

<식탁 밑에서 자라는>

넥타이를 매고 욕조에 들어갔지
어제는 토마토가 터졌고, 오늘은 네가 웃지 않으니까

(​기분 좋은 뉴스 있어, 내 그림자가 방금 가출했어)

​우리는 식탁보를 뒤집어쓰고 유령 놀이를 해
접시 위에는 잘린 손가락들이 얌전하게 놓여 있고
포크는 너무 뾰족해서 슬픈 냄새가 나

​봐, 창밖으로 비가 거꾸로 솟구치네
아버지는 지붕 위에서 탭댄스를 추고
나는 입안 가득 유리 조각을 물고 휘파람을 불어볼게
피 냄새가 나야 비로소 우리는 가족 같으니까

​언니, 왜 내 치마를 입고 울고 있어?
바닥에 쏟아진 우유가 지도를 그리고 있잖아
저건 분명 아프리카야, 아니면 썩은 곰팡이거나

​사랑해
그래서 너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싶어
빙글빙글, 어지러운 건 죄가 아니지

​벽지 속에서 튀어나온 고양이가 말했다

제발 그 노래 좀 멈춰, 꼬리가 녹아내리잖아.

​하지만 우리는 멈출 수 없어
케이크는 이미 뭉개졌고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으니까

​쾅, 쾅, 쾅
심장 소리가 너무 커서
네가 하는 말이 자막처럼 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주워 먹지 마
그건 상한 고백이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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