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병동의 긴 밤

난해시, 주제 표현 주의

by 그린버드

주제, 표현 주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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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병동의 긴 밤>

​의사가 내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말했지
이 안에는 죽은 새들이 너무 많습니다
나는 셔츠 단추를 잘못 끼운 채
어색하게 웃어 보였어, 선생님, 그건 새가 아니라
어제 삼킨 구겨진 악보들인데요

​비는 그치지 않고
지하실에는 물이 차오른다는데
어머니는 왜 자꾸 젖은 빵을 구우시는 걸까
타는 냄새, 검게 타버린 냄새가
나의 유일한 상속자처럼 방 안을 떠도네

​거울 속의 녀석은 나를 흉내 내다 지쳐서
면도칼을 든 채 꾸벅꾸벅 졸고 있어
이봐, 거기서 나오지 마
여기는 너무 추워, 그리고 우리는 이미 실패했잖아
서로의 멱살을 잡고 울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야

​전화기는 오래전에 코드를 뽑아두었는데
누가 자꾸 벨을 울리는지 모르겠어
따르릉, 따르릉
받으면 아무 말도 없는, 그 침묵이
나를 가장 비참하게 만들어

약통을 엎질렀어
바닥을 기어 다니는 알약들, 저 형형색색의 벌레들을 봐
하나씩 주워 먹으면
어디 먼 곳으로, 이름 없는 계절로
망명할 수 있을까

​커텐을 쳐줘
빛이 들어오면 내 그림자가 썩어가니까
나는 곰팡이처럼 조용하게 번식하고 싶어

​아무도 초대하지 않은 파티가 끝나고
풍선들은 쭈글쭈글해진 폐처럼 바닥에 나뒹굴고
나는 무릎을 안고 중얼거리지
미안해, 오늘은 기분이 좀 그래
내일은 아마 더 엉망진창일 거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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