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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Oct 10. 2022

18. 결혼이 의미 있는 이유

적어도 나에게 결혼은 유의미한 일이다. 이혼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부부의 스토리들, 아직도 구시대적 발상에 머물러있는 고부갈등 조장 프로그램들, 결혼 자체를 하는 게 맞나 싶을 만큼 격한 갈등이 부각되는 콘텐츠들이 즐비한 요즘이다. 그럼에도 결혼 3년 차로써 경험해본 결혼, 아니 정확히는 결혼식 후의 삶은 꽤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결혼준비의 서막과도 같은 웨딩촬영.. 딱 지금이맘때 3년전?


우리나라의 결혼은 대부분 ‘결혼식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나도 전형적인 결혼 준비의 코스를 밟아온 사람으로서 할 말은 없다. 결혼식에 큰 욕심부리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남들이 하니까’ ‘일상의 한 번뿐’을 강조하며 좋은 선택지를 포기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을 루저로 만들어버리는 결혼 문화에 혹하고 낚인 것이다. 물론 재미는 있었지만 (정확히는 돈 쓰는 재미가 있었지만), 크게 우리 부부가 특별한 결혼식을 치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A부터 z까지 선택할게 너무나 많은 결혼 준비....지금보면 어떻게 했나 싶다


결혼을 준비할 당시 정말 많은 조언을 들었고, 모두 관점은 저마다 제각각이었다. 아끼는 마음에 해주신 모든 조언들은 감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떠오르는 조언은 딱 하나. ‘결혼 후 잘 사는 게 더 중요해~’. 아마 결혼 준비가 적성에 맞지 않아 스트레스받던 그 당시 나에게 친한 언니가 해준 조언이었던 것 같다. 웨딩카페에 나오는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적당한 거 후다닥 선택하고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말. 그리고 결혼 후 어떻게 잘살지 고민하라는 말.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유의미하고,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한다면 나 역시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찾아보니 감동 받아 이미 캡쳐까지 해뒀었네.. 언니 고마워


결혼은 상대방을 통해 내 삶의 지평을 넓히는 일인 것 같다. 우리 부부는 큰 가치관이나 성향은 잘 맞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취미, 성격, 일상을 보내는 방식 등은 매우 다르디. 큰 싸움을 한 적은 없지만  종종 사소한 것으로 네가 맞네, 내가 맞네 티격태격 한다. 사실 결혼을 했다고 해서 어느 한쪽의 삶의 방식을 ‘평가’하고 ‘선택’할 필요가 없는 건데, 우리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삶에 융화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혼인서약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라는 말 되새기기.

결혼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통해 내가 몰랐던 세계를 알고 나를 더 넓히는 일이었다.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입에 자주 달고 사는 남편 덕분에 타인을 이해하는 폭을 넓힌 것이 아주 좋은 예인 듯싶다. 배우자 역시 나로 인해 본인의 세계를 확장하는데 조금은 보탬이 되고 있길 바란다.

 

하재영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중에서


아직 결혼 3년 차 밖에 안되었고, 아이도 없고, 주말부부라 결혼에 대한 낭만 필터가 남아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우리 부부가 처한 환경이 바뀌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결혼에 대한 생각 역시 변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꼭 낭만적이진 않더라도, 점점 현실적으로 변하더라도, 또 다른 결혼의 재미와 의미가 분명 있지 않을까. 나는 그랬으면 좋겠고, 우리는 꼭 그럴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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