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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Dec 26. 2022

기억에 남기고 싶은 순간들 in 바르셀로나 - 3일 차

자연이 압도하는 장엄함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대부분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라 많은 상점이 문을 닫고 시내가 조용하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지만 이것도 경험이고, 오히려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근교 몬세라트 수도원에 다녀왔다.

일정이 아침일찍이어도 조식은 필수지

투어 프로그램도 있지만 직접 부딪히며 가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라 생각하여 셀프로 찾아간 몬세라트. R5열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려 산악열차로 갈아타는 꽤 긴 경로다. 약간 오전의 나른한 햇살이 기차 안으로 들어와 지루해질 무렵쯤 창밖에 웬 장엄한 돌산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산은 점점 가까워지고 산악열차 환승역에 다다를 때쯤 이런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저 멀리 프랑스경계 산맥도 보인다. 우리나라 산과는 또 다른 느낌.... 어떻게 이런 곳에 수도원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나는 무교인데도 그 장엄함과 엄숙한 분위기가 절로 느껴지는 수도원. 성지순례지의 하나인 검은 마리아상 손을 만지며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무탈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그것도 부족해 10유로를 내고 초 3개를 사서 다시 한번 더 빌었다. 별일 없이 무탈하게 사는 것.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요즘 든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기념 미사+소년합창단 공연까지 살짝 맛보고 사람이 몰리기 전에 다시 시내로 복귀했다. 반나절 일정으로 딱 좋은 코스였다

시내로 돌아와 문을 연 식당 중 마음에 드는 곳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꼴뚜기튀김인지 뭔지 진짜 jmt.. 까르보나라도 정말 꾸덕한 정통 파스타 느낌. 여기에 레몬맥주까지 곁들이면... 어후 다시 생각해도 좋다.

돌아오는 길 오빠의 소원이었던 150년 된 초콜릿 가게를 들렀다. 3일째 본 것 중 오빠가 제일 행복해 보이던 순간이었다. 근데 그럴 만도 한 게 초콜릿이 인위적인 단맛이 아니면서도 사람 기분 좋게 하는 당도였다. 겉멋 든 힙한 카페보다 별거 없어도 세월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분위기가 나는 이런 카페가 좋다.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한 숨 자고 바르셀로네타 해변으로 일몰을 보러 갔다. 어째 신기한 게 이번 여행은 날씨운이 제대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보라+분홍빛 하늘이 눈앞에 펼쳐질 때 그 기분 좋음이란...

저녁은 크리스마스 만찬으로 숙소 근처에 작은 스테이크집을 예약했다. 적당히 격식을 차리면서도, 적당히 캐주얼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와인 가격이 미쳤다. 우리나라였으면 바틀당 10만 원 받았을 텐데 여긴 비싸도 5만 원? 남은 일정동안은 와인에 집중해야지...^^

하루가 48시간 같았던 스페인에서의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뭔가 크게 화려하진 않지만 일상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기분 좋게 쉬어가는 마음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낸 느낌! 화려한 케이크, 의상, 장식이 없어도 은은하게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게 더 잔상처럼 남는다는 걸 바르셀로나에서 느꼈다. 이 온도를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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