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즐기려면 적절한 휴식도 필요하다
앞선 4일간 거의 매일 3만보를 걸었다. 그래서였을까. 6일차 아침에 탈이 났다. 소화도 안되고, 근육통도 있고 몸에 힘도 없고…. 내 건강을 너무 과신했던 것 같다. 알차게 즐기려는 마음도 좋지만, 뭐든 적당한 온도로 즐겼어야 했다. 6일차에 타라고나 소도시에 가려던 일정은 하는수 없이 포기하고 휴식을 선택했다. 역시 계획대로 딱딱 맞게 흘러가는 여행은 없다.
오후까지는 정말 푹잤다. 내집인거 마냥… 그래도 잠이 잠을 부를것 같아 몸을 일으켜 쇼핑겸 동네를 나섰다. 오빠도 나도 정말 쇼핑에는 흥미가 없지만, 우리만 재밌는 경험을 한게 미안해서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열심히 골랐다. 나는 이 여행자체가 나에게 주는 큰 선물이기 때문에 기념품은 엽서 한장이면 충분했다.
하루정도 과감히 휴식을 취하고나니 다행히 7일차에 컨디션이 돌아왔다. 재촉하지 않고, 내 몸상태가 회복될때까지 기다려준 오빠에게 감사하다. 마침 7일차는 오빠가 제일 기대하던 캄프누 경기장 투어를 하는 날. 경기가 없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투어만을 위해 전세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것 자체가 신기했다. 재잘재잘 옆에서 fc 바르셀로나의 여정을 설명해주는 오빠가 참 행복해 보였다. 나는 축구를 잘 모르지만, 그 모습을 보는 것 자체로 기분 좋았다.
박물관은 솔직히 재밌는지 모르겠고…. 메인스터디움으로 딱 경기장 전면이 보일때 그 압도감은 기억이 난다. 텅 비어있는 경기장이 이정도인데, 경기 당일의 열기는 어느정도일까.
북적거리던 캄프누 경기장에서 벗어나 오후에는 휴식이 필요했다. 푸른바다 전설이라는 드라마에도 나왔다는 근교도시 시체스가 그렇게 쉬기 좋다길래 우리는 망설임 없이 떠났다. 에스파냐 광장에서 30분에 한번 오는 e 버스를 타고 40분여를 달리니 왼쪽 창문엔 지중해 바다가 펼쳐지고 잠시 다른 나라로 넘어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시체스 해변에 도착했을땐 ‘강릉해변인가? 싶었는데, 대성당을 지나 안쪽으로 걸어갈수록 작지만 순수하고 매력적인 시체스라는 도시만의 매력이 드러났다. 바다를 감상하다가 안쪽 골목으로 쏙 들어가면 영화 맘마미아에 나올것 같은 골목이 굽이굽이 펼쳐져 있고, 그 속에는 시체스 사람들의 잔잔한 일상이 눈앞에 보였다. 굳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걸으며 두리번 거리기만해도 힐링되는 곳이었다. 오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