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 나, 타인, 주변에 대한 애정을 넓히는 일
작년까지만 해도 글쓰기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했다. 필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본업이 창의성을 요하는 직업도 아니다 보니 글은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냥 혼자 보는 일기 정도가 내가 즐길 수 있는 글쓰기의 영역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러다가 작년 11월쯤 우연히 sns에서 즐겨보던 잡지 ‘컨셉진’에서 기획하는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피드를 발견했다. 길던 짧던 일단 100일 동안 ‘꾸준히 글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게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문장이 크게 와닿았다. 어차피 누가 내 글을 볼 것도 아니고, 일단 글쓰기를 위한 손을 데우는 차원에서 참여하면 좋은 프로젝트라 생각되어 과감히 5만 원을 투자했다.
https://conschool.imweb.me/index
(지금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콘셉트진 스쿨)
그렇게 2020년 12월 1일부터부터 2021년 3월 10일까지 100일간 짧던 길던 매일 글을 써보려 노력했다. 늘 그렇듯 처음에는 열정이 넘쳐 주제까지 기획해가며 긴 글을 늘여놨지만, 점점 글의 길이는 짧아지고 성의도 없어졌다 (갑자기 놀다가 생각나서 한 줄 급히 올린 적도 몇 번 있다…) 그래도 최대한 빼먹는 날 없이 매일 글쓰기를 떠올리려 노력했다는 점은 스스로 칭찬 하고 싶다. 결과는 100일 중 96일 인증에 성공. 4일은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지만,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무언가를 꾸준히 했다는 것 자체에 뿌듯한 시간이었다.
비록 글의 수준은 일기에 준하고, 귀찮은 날은 트위터처럼 그날의 기분을 한 줄 띡 올리고 끝낸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100일간 글쓰기라는 행위를 지속해오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글쓰기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춘 것이다. 전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누구나 글은 접할 수 있는 분야라는 걸 몸소 깨우쳤다.
무엇보다도 글을 쓰다 보면 나 자신, 내 주변 사람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좀 더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글을 쓰기 위한 목적 때문일지라도 다시 한번 지나간 순간들을 복기하며 나, 타인, 세상을 좀 더 선명한 해상도로 이해하려 노력한다. 아직 필력이 부족해 내 머릿속 생각들을 100% 글에 녹여내진 못한다. 그렇지만 잘하지 못해도, 재미있으니 꾸준히 하고 싶은 경험들이 종종 있는데 글쓰기도 그중 하나이다. 밥벌이가 되지 않아도 꾸준히 하고 싶은 나만의 경험들을 찾아가는 게 결국 내 일상을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해주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글쓰기는 잘하던 못하던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