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입추가 지나고 더위가 한 풀 꺾였는지, 아침에 집을 나설 때 피부에 와닿는 공기가 선선하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초입.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감이다. 막상 여름이 끝난다고 하니 조금은 아쉽다. 뭔가 여름다운 여름을 즐기지 못한 기분이다. 아마 상황탓이겠지.
[무더위] - 작년까지만해도 에어컨이 없으면 선풍기로 한여름을 보냈는데 이번 여름은 도무지 그게 불가능한 날씨였다. 5분거리를 다녀와도 땀이 주르륵주르륵 흘렀다. 기사를 보니, 올해 7월은 1880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뜨거웠다고 한다. 작년까지만해도 더운 날씨엔 그냥 그 더위를 어떻게 견딜까 고민하는 정도였지만, 매년 이렇게 여름 최고 온도가 올라가는 걸 보니, 과연 내 후대가 살 수 있는 지구는 존재할까라는 걱정이 든다. 실제로 지구 온난화 진행 속도가 점점 가속화 되고 있다고 하니, 내 걱정이 오바스럽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손에 꼽을만큼 정말 더운 여름이었다.
[4차대유행] - 슬프게도 작년 여름과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고, 여름휴가로 해외를 가는건 꿈도 못 꾼다. 백신접종은 시작됐지만, 확진자수가 2000명대까지 찍으며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기고 있다. 작년 여름, 부득이한 상황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그 무더위 속에서 방호복을 입고 진료소에 계시던 의료진 분들의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 집단면역이나 확진자수를 통제하는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정말 코로나와 공존의 길로 가는게 답일까? 내년 이맘 때쯤 22년의 여름을 기록할 땐, 코로나에 대해 조금 더 희망적인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도쿄올림픽] - 지루하고 반복되는 여름 일상에 한 줄기 시원한 폭포수 같았던 이벤트. 개최 전부터 말은 많았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전국민이 ‘오랫만에’ 즐긴 스포츠행사로 막을 내렸다. 특히나 이번 올림픽은 결과보다는 ‘노력의 값짐’을 더 주목한다는게 좋았다. 최선을 다해 스스로 만족의 농도가 높다면, 결과는 후회없이 받아들이겠다는 많은 선수들의 마인드가 인상깊었다. 같은 스포츠인은 아니지만,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긍정적인 영감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무지개, 하늘] - 소소한 행복감을 주는 것들도 많았다. 이번 여름은 더웠던 대신, 하늘이 정말 예뻤다. 나만 느낀건 아닌것 같았던게, 7월중순-말사이엔 인스타그램에 하늘 풍경사진이 꽤나 많이 도배되었었으니까. 심지어 몇 년만에 무지개도 봤다. 많은 사람들이 잠시 가던길을 멈추고, 마치 짧은 공연을 보듯 각자의 카메라를 켜고 찰나의 무지개를 담고 있었다. 어떤 시내버스 기사님은, 마포대교를 지나다가 무지개를 찍고 싶어하는 승객들을 위해 잠시 정차까지 해주셨다는데, 왜 난 이런 기사가 괜히 뭉클할까.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4621516
[여름의 음식들] - 옥수수, 감자, 토마토, 열무, 복숭아 등등… 나름 제철재료사서 이것저것 잘 해먹었던 여름. 여름 국룰 수박을 많이 먹지 못해 아쉽다.
계절은 반복되고 해가 바뀌면 늘상 돌아온다. 이름은 ‘봄,여름,가을,겨울’로 같지만, 매 해 계절마다 눈에 보이고 들리는 풍경은 미세하게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이렇게 지나간 계절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보려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지나가는 계절들을 좀 더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각자의 2020년 여름을 돌아보고, 다가올 가을을 즐기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