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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Nov 04. 2021

8. 댄스를 배워보았습니다

제일 못했지만, 제일 재미있었던 기억

4년 전쯤, 댄스학원을 1년 조금 넘게 다녔었다. 내가 해 본 취미 중 제일 못했지만, 제일 재미있었던 경험 중 하나다. 못해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거의 처음 느껴본 것 같다. 최근 성황리에 종영한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스우파)’를 보면서 그때 기억이 나서 글을 적어본다.

장안의 화제... 저 언니들처럼 잘 추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타고난 몸치이다. 운동신경은 있는 편이지만, 초등학교 체력장에서 늘 유연성 테스트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체육수업 중에서도 유일하게 수행평가 최하점을 받은 종목이 댄스스포츠였다. 그래서인지 춤은 평생 살면서 접해볼 영역이 아니라 단정 지었다. 늘 새로운 경험을 즐기자는 주의지만, 전혀 관심조차 가지 않던 대상이 ‘춤’이었다.


그러다가 직장인이 되어 친한 친구들이 살이나 빼자며 댄스학원을 다니자고 꼬셨다. 처음엔 ‘뭐? 춤을 추라고?’  ‘아니야.. 그건 아니야.. 다른 거 하자..’ 라며 거절했다. 그런데 몇 번 먼저 나가본 친구들이 생각보다 운동도 많이 되고 재밌다는 말에 팔랑귀인 나는 그다음 날 바로 댄스학원 3개월을 등록해버렸다. 집 가는 길도 아니고, 회사랑도 멀지만 그냥 친구들이랑 대학교 때처럼 재밌게 놀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전혀 여기를 다니면서 춤 실력을 늘려야지 라는 생각은 1도 없었다.

약 1년반동안 꽤나 열심히 출첵다녔던 종로의 d 학원…


첫날 앞에 놓인 전신 거울을 보며 선생님을 따라 하는데 진짜 솔직히 말해 그렇게 내 모습이 꼴 보기 싫을 수가 없었다. 춤을 못 추는 건 알았는데, 이 정도로 내 자신이 허우적 대고 있을 줄이야… 선생님 눈치도 보였다. 한 시간이 생각보다 훌쩍 지났고 같이 한 친구들과 그저 웃음만 나왔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만두고 싶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댄스라는 분야에 너무 큰 심리적 장벽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나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거 배워서 댄스 배틀을 나갈 것도 아니고, 대회에 출전할 것도 아닌데 잘 출 필요도 없지 않나? 춤은 잘 추는 사람만 춰야 한다는 나의 편견을 깬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1년 반을 허우적댔지만 그래도 꾸준히 친구들과 빼먹지 않고 댄스학원에 출석체크를 했다.


친구들과 댄스를 배우고 난 뒤의 저녁풍경..결국 살은 빠지지않았다고 한다...

 

댄스를 배워보고 드는 생각들 


지금 돌아보면 분명 내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시간이었다. 제일 크게 깨달은 건 ‘다른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몸치가 춤을 출 때 제일 민망한 건 ‘아 되게 웃겨 보이겠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렇게 추면 나무토막 같아 보이겠지? 오징어 같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혼자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단체 사진을 찍으면 내가 잘 나왔나 안 나왔나 만 보듯 다른 사람들도 거울로 자신의 움직임만 보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만큼 여유 있지 않았다. 일상에서 역시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답게 표현하고 행동해도 전혀 문제가 없음을 몸소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몸을 꾸준히 움직이니 일상에 활력도 생기고 정신적으로도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잡념이 사라졌다고 해야 하나…


 

물론 나는 여전히 춤을  춘다. 그래도 다시 춤을 배울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적어도 ‘ 대한 편견 없이 도전해   있을  같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해보지도 않고 내가 못하는 거야!라고 단정 짓지 말고, 일단 내가 직접 경험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못해도 괜찮다. 결과물에 상관없이 그저 재밌기만  일들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니까. 뭐든 일단 해봐야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취미로 발레(춤)를 하면서 신체조건을 따지는 건 무의미해요. 뭐든 배워두면 도움이 되는 법이니 부담 갖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고 그냥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요? 굉장히 큰 의미가 있어요. 일단 땀을 흘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른 생각 없이 하나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을 거예요. 변명이 많을 뿐, 생각보다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단 뭐든 시작해야 새로운 세상도 열리는 법이에요”  - 발레리나, 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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