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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Jun 16. 2021

1. 요리의 세계

잘 먹고 잘살자!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지는 2년 정도 됐다. 어쩌다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가 결혼 준비하던 시기와 맞물리다 보니 종종 어떤 사람들은 ‘어머, 이제 신부 수업하는 거야?’, ‘요리 배우면 남편이 좋아하겠네’라고 물었다. 결혼을 한 뒤, 종종 퇴근이 늦어질 때 ‘빨리 가서 신랑 된장찌개 끓여줘야지~’라는 1도 웃기지 않은 농담을 들을 때는 요리의 이유가 왜 기혼한 여성의 몫이라 생각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그냥 ‘나 스스로 잘 챙겨 먹고 싶어서’ 시작한 거지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처음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반항심에 요리하지 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정작 내 남편인 오빠가 그런 마인드가 아니니까 이제는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정답인걸 알아가는 중이다..



나에게 요리는 ‘잘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계속하고 싶은 경험’이다. 예전에 친구들과 다이어트 목적으로 방송댄스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는데, 수강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몸치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재밌어서 2년이나 배웠던 적이 있다. 요리도 댄스와 비슷하게 잘하지 못해도 재밌는 영역에 속한다. 잘 먹자고 하는 일인데, 잘하지 못한다고 스트레스받을 일도 아니다.

지금보니 요리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첫 요리피드 (@yongyongbabsang)


요리가 좋은 건 시간을 들이면 (퀄리티가 어찌 되었든)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은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이에 부합하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유형의 결과물이 앞에 놓인다.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없어 만들기 관련 활동을 할 때마다 괜히 작아졌는데, 누군가에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족으로 자꾸 해보려 노력하니 어라? 생각했던 것보다는 결과물들이 괜찮다. 사진을 찍어 혼자 앨범에 간직하기만 하면, 다시는 볼 것 같지 않아서 요리의 결과물들을 잘하던 못하던 인스타그램 부계정에 업로드했는다. 어느덧 1년 6개월간 61개의 요리 기록이 쌓였고, 예전에 비해 맛도 플레이팅도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쓸데없이 결과물이 나와도 괜찮다. 비숙련의 과정을 견디고 내가 지금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자 - 일상기술연구소-


61개의 요리. 단촐해도 결과물이 나오는것 자체가 뿌듯



요리를 하다 보면 잡념도 사라진다. 잡념 속에 빠져있다가는 프라이팬과 냄비를 태우기 쉽고, 칼에 손을 베일 수도 있으며, 적시의 타이밍을 놓치면 재료의 맛이 반감된다. 나는 집중력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지만, 요리를 할 때만큼은 최대한 지금 그 순간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먹고살아야 하는 이상, 요리를 그만두진 않을 것이다. 꾸준히 경험치를 쌓다 보면, 레시피에 의존하지 않고 나만의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 날이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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