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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Feb 26. 2022

기억에 남기고 싶은 순간들 in 부산 - 1일 차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여행을 왔다. 제주로 갈 때와는 다른 창밖 풍경을 보다 보니 어느새 김해 공항에 도착해있었다. 어딜 가든 비행기를 타는 건 설레는 일이다.


빼곡한 산이보이던 풍경들

도착 후 부산 여행을 왔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짐을 맡기고 무작정 영도 바다를 향해 버스를 탔다. 흰여울 문화마을에서 본 바다 위 윤슬, 태종대와 영도 등대 옆 절벽에서 본 거센 파도 덕에 마음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영도바다의 윤슬. 제일 좋아하는 자연의 풍경중 하나



오전부터 만보를 넘게 걷고 체크인을 위해 다시 중앙동으로 돌아왔다. 요즘 우리 부부는 평범한 호텔보다 그 동네에서만 묵어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숙소에 꽂혀있다. 이번 숙소는 스테이 폴리오에서 발견한 곳인데 "부산의 가장 찬란했던 시간을 머금고 있는 중앙동"에 위치한 굿 올 데이즈 호텔이었다. 핫플이 많이 위치한 광안리, 해운대와는 다르게 좀 더 조용하게, 원래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며 머물 수 있는 것 같아 선택했다.


체크인 후 방에 올라가 보니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아담한 규모였지만 디퓨저, 커피 원두, 차, 추천 서적, 무료로 제공되는 맥주와 간식 등이 모두 부산 현지의 공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게 제일 인상 깊었다. 부산이라는 도시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 만들었을 것 같은 느낌.



한숨을 때리고 저녁은 친한 언니가 추천해준 로컬 맛집으로 향했다. 한치 메밀 쟁반이 주 메뉴인데 셔터를 올리기 전부터 웨이팅이 있는 곳이다. 기다리며 보니 동네 사람들도 많이 포장해가던데 괜히 이런 곳을 알고 있다는 마음에 내적 뿌듯함이 들었다. 영업 개시 전, 이모가 미리 주문을 받으시는데 셔터를 올리고 들어가 보면 주문한 술과 기본찬이 세팅되어있다. 질서가 없는 듯하면서도 나름 체계적이다. 대망의 메인 메뉴 한치 메밀 쟁반(보기에는 양파 같지만 모두 한치). 맥주와 함께 호로록하면 부산에 눌어 앉고 싶은 기분이 든다.

부산 "세정" 맛집

저녁을 배불리 먹고 오늘 가장 기대했던 곳 위스키 바 "모티"로 출발. 여기도 부산 언니가 소개해준 곳인데 아파트가 즐비한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갑자기 라라 랜드가 생각나는 빨간 대문이 보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부산여행을 하는 모든 애주가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공간. 빨간 문을 나와 다시 거리로 나올땐 마치 꿈->현실로 돌아가는듯한 기분이었다.

모티 입구. 초인종을 누르고 예약자 이름을 대면 문을 열어주신다

마시는 사람의 위스키 취향과 수준에 맞게 적정한 술을 추천해주시며, 그 술에 얽힌 배경지식들을 짧고 굵게 스토리 텔링 해주시는 사장님 덕에 귀한 시간을 보냈다. 위스키에 대해 1도 모르는 우리라 사실 들어갈 때부터 머뭇거렸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일한다는 게 이런 거라는 걸 사장님을 보며 제대로 느꼈다.


오빠 생일 덕에 괜히 내가 더 설레는 여행을 하는 중. 내일도 어떤 순간을 기억에 남길지 기대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여행, sns에 자랑하기 위한 여행이 아닌 내 마음이 행복한 여행을 하자.


중앙동 거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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