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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Mar 04. 2022

기억에 남기고 싶은 순간들 in 부산 - 3일 차

feat. 걷고 글로 기억하는 여행

체크아웃 후 짐을 숙소에 맡기고, 걷는 3일 차 여행을 시작했다. 우선 우리가 머물렀던 중앙동 일대를 걸었다. 광안리나 해운대가 부산의 핵심지역으로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구도심이자 과거의 영광이 되어버린 중앙동. 왠지 아침도 이 동네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신 식당에서 먹어보고 싶었다. 굿올데이즈 호텔 추천리스트를 참고해 우리가 선택한 집은 ‘멸치쌈밥집’ - 이게 진짜 식당 이름이다. 예전엔 '중앙 대구탕'이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다.


이름부터가 노포 맛집느낌


메뉴가 매우 단촐한데 그렇기에 더 맛집이라는 게 보장된다. 들어가 보니 동네 주민분들께서 아침 식사하러 오신 분들이 몇몇 계셨다. 잘 찾아왔다는 느낌. 인스타 핫플보다 이런 데를 발견한 게 더 뿌듯하다.

맛이없을수 없는 비쥬얼...츄릅


배를 든든히 하고 용두산공원을 향해 걸었다. 월요일 아침에 한적한 골목을 새소리 들으며 걷고 있다는 게 새삼 행복한 k-직장인들.. 공원에도 사람은 많지 않았다. 부산 시내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 타워가 있는데 생각보다 입장료가 비싸서(12,000원) 포기했다. 뒤에도 쓸 얘기지만, 부산역 앞 초량동 이야기길 언덕을 타고 타고 올라가면 이 타워와 같은, 아니 더 높은 위치에서 부산역, 부산항 일대를 쭉 내려다볼 수 있다..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공원을 내려와 광복동 일대를 지나 다시 우리 숙소의 카페로 돌아와 잠시 카페인을 수혈했다. 2박을 했지만, 처음 들러보는 굿올데이즈 카페였는데 정말 부산을 아끼는 사람들이 부산을 트렌디하게 이미지화해 놓은 공간 같았다. 카페 한쪽 벽면을 빼곡히 매운 부산 풍경의 엽서들은, 부산을 사랑하는 여러 작가들이 만들어낸 사진작품이라고 한다. 역시 애정의 필터를 끼워 찍은 사진은 결과물자체가 다르다.

부산의 풍경을 담은 엽서들
부산을 상징하는 이미지들로만든 스탬프
아침을 언제먹었더라?


커피로 에너지 충전을 한 뒤, 우리는 다시 초량동 이야기길을 향해 걸었다. 이 동네는 부산의 근현대 역사화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공간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긴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기도 했다. 걸으며 볼 수 있는 과거부터 이어온 현재의 흔적들이 꽤 많았다. 부산 최초의 교회, 90년 된 초등학교, 차이나 타운, 최초 서양식 병원이 탈바꿈한 카페, 칸칸이 삶의 애환이 서린 168계단 등등.. 특히 168계단은 경사가 어마어마해서 동네 주민들을 위해 모노레일까지 설치되어 있는데 이걸 타러 오는 여행자들도 많다고 한다. 모노레일 운영도 초량동 동네 어르신분들께서 직접 하시는데, 모노레일을 기다리는 동안 짧게 그분들과 나눴던 대화들이 잔상처럼 남아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중


거의 등산 수준의 언덕길이었지만 하늘과 가까워진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예술이었다. 걸어왔던 이바구길, 부산항의 풍경, 아까 봤던 다이아몬드 타워가 한눈에 들어왔다. 왜 이렇게 언덕에 집을 많이 지었나 했는데, 알고 보니 초량동은 한국전쟁 때 피난민 마을에서 시작되었고 그래서 이렇게 급경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택들이 모여있던 것이었다. 어떻게든 터전은 마련해야 했으니까...이곳을 걸으며 다시 한 번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걸 깨닫는다.


수미상관처럼 다시 중앙동으로 돌아와 Life 잡지를 떠올리게 하는 라이프 버거에서 수제버거를 먹고 김해공항으로 향했다. 우리는 먹기위해 걷는 것 같다..

기본에 충실하지만 맛은 버거이름만큼이나 인생버거


제일 짧았던 3일 차지만, 가장 기억에 남겨두고 싶어 더 세밀히 기록해 본다. 내가 여행을 하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나의 글 솜씨가 몇 프로나 담아낼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글을 쓰며, 여행을 다시 한 기분을 느낀다는 것, 그래서 앞으로 다른 여행을 가도 꼭 글로 그 여행을 기억에 남길 거라는 것.꾸준히 글 쓰는 여행자가 되어야 하지!


걷는 여행을 마치며. 오늘의 걸어온 흔적들 기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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