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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Apr 26. 2022

11. 회사원으로 정년퇴임을 한다는 것

요즘 같이 회사원의 삶에 대해 회의적인 시대에, 무려 41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시고 정년 퇴임하신 분이 우리 회사에 계셨다. 사실 크게 업무적으로 교류도 없고 사내에서 접점이 있는 분은 아니지만 그분의 퇴임식을 보며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 엄마도 30년 이상 한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해오고 계신데 아마 머지않아 퇴임을 하실 것 같다. 직장생활 7년 차로서 30,40이라는 숫자가 너무 먼 일같이 만 느껴져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혹자는 축복받은 세대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하지만, 아무리 세대의 수혜를 받았더라도 개인의 노력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 퇴임하신 분의 퇴임 연설에서 귀에 꽂히는 말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정말 우연한 기회가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 연구개발 직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셨지만 정말 아주아주 우연한 기회에 ‘영업’이라는 새로운 직무를 접하셨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잘 맞아 쭉 영업직무를 하며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보내셨다고 한다. 새로운 영역의 기회가 우연히 주어졌을 때 스스로 ‘나는 잘 못해’ ‘나랑은 안 어울려’라고 단호하게 한계 짓지 말고 일단 해보려는 자세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회의 문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나에게 딱 맞는 옷이고, 인생을 어떻게 바꿔갈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행복은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도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매우 와닿더라. 타인은 내 행복의 조력자가 될 수는 있지만 (가족, 친한 친구일지라도) 책임질 수는 없다. 온전히 보존되는 행복은 나만 찾을 수 있다. 굳이 타인에게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행복한 마음 상태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찾아야 한다. 일터에서든, 취미생활에서든. 행복이라는 단어에 크게 집착하고 싶진 않지만 살아가며 중요한 키워드인 건 맞는 것 같다.


워낙 ‘만의 일'로 성공한 사례가 이 나오는 시대이다보니 ‘직장인, 회사원이라는 단어가 지극히 평범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비치곤 한다.  역시 회사라는 울타리에 갇혀있는 직장인에서 언젠가는 벗어나 나의 일을 하는 직업인을 꿈꾼다. 하지만 설령 회사라는 조직에서 벗어나 나만의 일을 갖지 못해도, 직장인으로  일의 커리어가 마무리되어도 이상한  하나도 없다. 회사 내에서  ,   도전해보고  행복과 회사 일의 균형을 찾으며 '회사원'으로 롱런하는 것도 매우 대단한 능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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