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를 맞아 아내의 가족들과 함께 목포로 향했다. 매년 있는 처가 가족 모임이지만, 이번엔 특별히 여행도 겸하자는 계획이었다. 평소 바쁘게 일하던 우리에게 이만한 쉼표가 또 있을까 싶었다. 아이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쌌다. 나는 "또 배를 타야 한다고? 멀미가 걱정이네..." 중얼거렸지만, 아내는 "멀미약 꼭 챙겼으니까 걱정 말고 즐겨!"라며 웃어넘겼다. 그 미소에, 싫어도 출항 전부터 기분이 나아지는 게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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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섬에서의 여유
첫 번째 행선지는 퍼플섬이었다. 신안군의 작은 섬 반월도와 박지도는 모든 것이 보랏빛으로 꾸며져 있었다. 바닥, 가로등, 심지어 다리까지 온통 퍼플로 도배된 풍경은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보라색 옷을 입고 오길 잘했다니까!" 아내가 내게 말했다. 우리 부부와 처형네, 그리고 아이들까지 다 같이 보라색 모자로 맞춰 쓴 모습은 무슨 동화 속 등장인물 같았다.
바다를 끼고 걸어가다 보니 섬 곳곳에 자리 잡은 해바라기 밭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노을이 질 무렵이라 하늘과 바다가 오묘하게 물들었다. 우리 모두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서로 사진을 찍어 주느라 바빴다. 나는 딸에게 “아빠, 자연광이 예술이지?” 농담을 던졌고, 아이는 눈을 굴리며 “아빠, 인싸 같진 않아…”라고 응수했다. 그 말에 모두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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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에서 청산도로 떠나는 길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완도 선착장으로 향했다. 아침 바람이 선선했고, 잔잔한 파도가 멀리서 손짓하는 듯했다. "아빠, 배 타면 고래도 볼 수 있어?" 아들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지만, 나는 웃으며 "음… 운이 엄청 좋다면 말이지." 하고 대답했다. 사실 나는 오히려 멀미가 걱정이었다.
배가 출항하며 항구가 점점 멀어졌다. 아이들은 갑판에서 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뛰어다녔다. 아내는 내 팔을 툭 치며 "저기 봐, 물빛이 정말 예쁘지?"라고 말했다.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니, 푸른 물결에 가만히 잠기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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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의 느린 걸음
청산도에 도착한 우리는 슬로시티로 유명한 섬의 매력을 제대로 만끽하기로 했다. 작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느릿한 삶의 리듬이 몸에 배어드는 듯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여기선 빨리 걸으면 혼나는 거야." 하고 장난을 쳤고, 모두들 일부러 느리게 걷기 시작했다.
가파른 길을 올라 범바위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는 섬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다와 논밭이 어우러진 풍경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나와 장모님은 나란히 앉아 조용히 바람을 맞았다. 장모님이 조용히 말씀하셨다. "여기 오길 잘했네. 가족끼리 이런 시간이 참 소중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 이런 순간이 있어서 사는 맛이 나죠." 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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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무리
섬에서의 마지막 저녁은 바비큐 파티로 장식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함께 웃고 떠들고, 고기 굽는 냄새가 온 섬에 퍼졌다. 아내와 나는 서로의 잔을 부딪치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여기 오길 정말 잘했지?” 그녀의 말에 나는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음에도 또 오자."
이렇게 우리의 목포 여행은 퍼플섬의 색채와 청산도의 고요함을 담아 기억에 남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은 소중했고, 그 순간을 통해 다시금 느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는 시간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배가 다시 완도로 향할 때, 아이가 내 옆에서 속삭였다. “아빠, 또 오자. 다음엔 고래도 꼭 볼 수 있을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미소 지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 섬들과 다시 인연을 맺을 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