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을 회색 침대에서 보냈다. 처음 그 집에 들어갔을 때, ‘오빠 침대가 왜 이렇게 작아? 오빠에 비해 너무 작다’라고 말했던 그 작은 침대는 이제 내 집 같아졌다. 집 안에서도 집. 침대에 누우면 오른쪽엔 오빠가 공부하던 책상이 있었고, 나는 가끔 그곳에 앉아 오빠 흉내를 내곤 했다. 그러다 지루해지면 메모지 중간을 살짝 들어 올려 오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적었다. 언젠가 발견했을 때 내 생각이 그를 기어오르길 바라면서.
침대에 누워 오빠를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다. 누워있기만 하면 시간이 정말 안 갔기 때문에. 누웠을 때 왼쪽에 보이는 오빠와 지인들이 사진을 관찰하기도 했다. 그곳엔 내가 모르는 오빠가 있다. 오빠는 웃고 있다. 옆 사람도 웃고 있다. 무표정으로 그 얼굴들을 본다.
냉장고 옆에는 오빠가 자주 뿌리는 향수가 있다. 샤워하듯 뿌려대는 그 향수. 오빠 살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인위적인 포근한 향. 질투가 난다. 나도 오빠한테 그렇게 매일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오빠가 오기 전까지 1시간 32분 전. 그 집안에 있을 땐 안전한 기분이 아니라 갇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시간을 죽이는 그 방에서 오빠와 나는 늘 회색 침대에 이불을 뺏으며 누워있었다. 오빠의 방 안에서도 오빠 생각을 한다. 나는 온전히 그로만 가득 차있는 듯 보이지만 그건 아니다. 실은 텅 비어있다. 갈비뼈 안쪽이 아프다. 이 방은 늘 그런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