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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주 May 25. 2024

테니스와 관계에 대한 운동성.

영화 <챌린저스>를 보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섹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스포츠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걸까. 어쩌면 둘 다였을지도. 짐작하건대 그 운동성에 대한 영화임은 확실하다.

 테니스는 네트를 가운데 두고 양 선수들이 라켓으로 공을 치고받는 스포츠다. ‘불과 얼음’이라는 팀명으로 복식 경기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던 아트와 패트릭은, 테니스 천재 타시를 만나고 양 진영에서 서로를 이겨야 하는 단식 경기 플레이어가 된다. 이기는 사람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겠다는 타시의 제안으로 주인공들의 삼각관계 혹은 테니스 경기의 장기전이 시작된다. 첫 번째 승자는 패트릭. 패트릭과 타시는 사귀게 되지만 타시의 무릎 부상으로 선수 생활과 두 사람의 관계는 함께 종결된다. 이후 타시는 아트의 아내이자 코치로서 아트를 세계 챔피언으로 만들지만, 자신과 아트가 등장하는 game changer 광고 문구를 changers로 고친다. 타시는 아직 코트 밖으로 퇴장할 준비가 되지 않은 걸까.

 한 편 두 번째이자 영원한 승자가 된 아트는(타시와 아트가 서약을 맺은 부부가 되었으므로) 연패 슬럼프에 빠져 챌린저급 대회에 출전하고, 그곳에서 패트릭과 세 번째이자 마지막 단식 경기를 치르게 된다.

 왔다 갔다, 테니스공이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들의 고개도 좌우로 따라간다. 숨 막히면서도 역동적인 두 사람의 경기는 멈추지 않는 진자운동처럼 보인다. 테니스공이 카메라 렌즈가 되어 절정으로 내달리는 경기를 숨가쁘게 따라가고, 관중들은 관능적인 두 선수의 플레이에 압도당한다. 포핸드 백핸드가 빠르게 반복되고 아슬아슬하게 코트를 끌며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스텝이 이어진다. 네트를 넘어 패트릭 품으로 아트가 넘어지고 진자는 중력과도 같은 타시를 초월해 운동을 멈춘다. 마침내 초반부에 타시가 테니스 코트 안에서 소리쳤던 ‘come on!’이 다시 울려 퍼지고 경기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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