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택트>를 보고.
(*영화 <컨택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제부로 영화 <컨택트> 2차를 찍었다. 처음 <컨택트>를 본 날과 어제의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그러나 여전히 나를 압도하는 영화의 분위기는 그대로였고 이토록 아름다운 SF 영화라는 하나의 결론만이 내 머릿속에 남았다. 컨택트는 이 전에 전혀 보지 못했던 상상 하지 못했던 영화가 분명하다. 지구에 발을 내딘은 외계생물체, 외계인과의 조우 등 익숙하고 닳디 닳은 이 소재는 영화 컨택트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된다. 아니, 사용되거나 소비된다는 표현은 맞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컨택트는 갑자기 지구를 찾아 온 12개의 셸과 외계생물체의 소재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오프닝 시퀀스부터 극을 움직이는 건 루이스다, 그리고 그녀의 딸, 하나(HANNAH). 루이스는 외계생물체들과의 소통을 위해 셸이 있는 몬태나 주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매일 밤잠을 설쳐가며 일을 한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딸은 그녀의 머리속에 끊임없이 등장하며 그녀를 괴롭힌다.
루이스와 외계생물체가 처음으로 조우하는 장면은 그간 보아왔던 SF영화와는 완전히 달랐다. 루이스는 그들과의 만남에 긴장하지만 설레어 하고 제대로 된 자기소개를 나누며 그들과 진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그녀와 이안은 인사를 나눈 외계생물체들에게 직접 에봇과 코스텔러라고 부르기로 하며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아주 기초적인 단어부터 가르치기 시작한다. 우리가 여태 봐왔던 영화들속에서 혹은 우리 머리를 지배해 오던 외계생물체는 우리의 적이라는 개념은 루이스에게 통하지 않으며 그녀는 오로지 '언어'를 통해 소통하고 마음을 나눈다. 루이스가 '언어'라는 무기가 아닌 선물로 외계생물체들과 커뮤니케이션에 성공을 할 동안 동시에 그녀는 아주 개인적이고 필연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다.
당신의 인생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안다면 바꾸겠어요? 극중 루이스가 이안에게 하는 말이자, 극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다. 미래를 안다는 것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은 아닐지도 모른다. 루이스는 미래를 알게 되었지만 그 미래 너머에도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에 매 순간을 겸허히 반길거라고 말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SF영화라고 칭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과거-현재-미래 라는 시간을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는 외계생물체들로 인해 루이스는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운명이란 줄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를 통해 해답을 얻었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므로 현재,순간을 살아가는 루이스는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들을 감사히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루이스의 딸, HANNAH 모든 의미를 담고 있다. 그녀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시작점에 도착(arrival)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