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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주 Mar 28. 2021

우리 집은 할머니댁.

언니의 친정 집, 즉 우리집이 할머니댁이 되었다.

 어릴 적 명절마다 갔었던 할머니댁은 아직도 눈 앞에 선명하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적당한 크기의 마당과 할아버지께서 직접 관리하시는 화단과 한 편에는 강아지 한마리가 있었다. 평상?은 현관 문과 연결 되어 있고 문을 열면 어릴 적에는 엄청난 크기처럼 느껴졌던 시계(개업시계같은)가 자리한 일명, 거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 댁 집 구조는 꽤나 독특했던 것 같다. 현관 문을 열면 바로 맞은편에 화장실이 보이고 좌 우로 큰 방과 작은 방이 있었다.

 명절 때마다 친척들이 모일 때면 따뜻한 안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다 같이 명절 특선 영화를 보거나, 식사를 하곤 했다. 거실에서는 윷놀이를 하거나, 긴 밤 내도록 수다를 떨기도 했다. 요즘은 사촌들이 모두 성인이 되어 각자 떨어져 지내기도 하고 코시국 때문에 그런 시간을 못 보낸 지도 벌써 몇년이 되어 간다.




 어릴  명절마다 나와 부모님, 그리고 언니는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외가댁으로  하룻밤을 자고 왔다. 어릴 때는 명절이 마냥 노는 날이라 좋았고 세뱃돈을 받는 다는 사실에  좋았다. 한편으로는 우리 집이  집이 아니여서 많은 손님들을 우리가 대접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 명절 풍경이  년전부터 달라졌다. 다섯살 나이차이가 나는 나의 언니는 2017년에 결혼했고,  이후로는 명절마다 우리집에 손님이 오게 되었다. 예부터 백념손님이라고 불리는 형부부터, 아주 작고 사랑스러운 조카까지 생겨 이제 명절마다 우리집은 나름 북적거리는 일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엄마와 아빠는 어느덧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되었고 나는 이모가 되었다. 명절이 아니더라도 우리 집에 오는 언니와 형부가 반가웠고 사랑스러운 조카로 인해 웃음이 끊일 일이 없었다. 언니네가 우리집에 온다고 하면 사실 엄마가 제일 바빠진다. 며칠 전부터 장을 보는 등 손님맞이를 준비한다. 뭐 나 또한 언니가 오는 날은 굳이 약속을 잡지 않고 조카와 열심히 놀아주기 위해 체력을 충전(?)한다.


 이렇게 우리집 풍경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가족 구성원에서 손님이 된 언니, 그리고 언니의 또 다른 가족이자 우리의 새로운 가족. 얼마전에 우리집을 찾은 언니가 이런 말을 했다. '어릴 적 우리가 놀러갔던 할머니 댁 있잖아. 이제 나는 여기 우리집이 그런 느낌이야. 할머님댁에 오는 것 같아.' 맞다, 우리 집은 할머니댁이 되었다.


늘 애정으로 반겨주는 주인이 있고, 먹을 거리와 살림살이가 풍족했던 할머니 댁.

반대로 우리는 언니네가 다녀가면 묘하게 썰렁하고 또 타지에서 잘 지낼까, 하는 애정 어린 근심을 보낸다.

어릴 적 우리가 왔다갔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 또한 이런 마음이었을까.


당신은 부족함이 있어도 내 자식, 손자가 손님일 때는 누구보다 푸짐하게 대접하는 마음과 뒷이야기.


한 때는 등본에서 우리 언니가 빠진 사실이 야속하고 형부가 밉게도 느껴졌지만 할머니댁이 된 우리집이 지금은 나쁘지 않다.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사랑으로 맞이하고 마음껏 먹이고 쉬게 하고 싶다. 우리 엄마도, 할머니도 이런 마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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