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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주 Jun 01. 2021

도전하지 않는 삶.

도전하지 않는 시간이 의미를 찾기 위해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은 내가 살면서 제일 오래 다니고 있는 직장이다. 2018년 8월에 입사했으며, 횟수로 4년차다. 올 해 1월 승진도 했으며, 회사에서 맡게 되는 많은 프로젝트들이 나에게 낯설지는 않은 정도에 이르렀다. 

 일의 익숙함과 만족함과 별개로 나는 개인적인 도전을 진행하고자 했다. 바로 이직이다. 워라밸을 어느정도 지킬 수 있고 내가 만족할 수준의 급여와 복지가 보장되는 곳으로. 물론 나는 경력직으로 이직을 원했으나 경력직 또한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까지의 경력만 선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스스로 조급함을 느끼고 있던 찰나였다.


 제 삼자가 느낄 땐 지금 내 삶이 꽤나 안정적이고 조금 과장하여 부러울 지도 모르겠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으며,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직장. 30살에 맞이한 승진과 조금 오른(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연봉, 고향에서 같이 어린 시절을 보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단짝 친구들. 나를 위로 해주고 도와주는 많은 것들이 지금 바로 손 내밀면 닿을 곳에 모두 있었다. 나는, 그래서일까. 어쩌면 더 이상 내 인생에 어떤 특별한, 마법같은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에 이상하게 우울감에 빠졌다.


 여기서 말하는 마법같은 일이 정확히 뭔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어릴 때 내가 상상했던 30살의 나의 모습은 지금과 비슷하기도 하고 멀기도 하다. 겪어 보지 못한 환상에 대한 향수라도 있는 것인지, 어릴 적 원했던 판타지 같은 일상을 기다리다 지친 것 같기도 하다. 이게 흔힌들 말하는 번아웃인지, 무기력증인지.


 내가 열심히 이루고 달려온 것들이 이제 더 이상 경험이 아니라 정착을 위한 기반으로 다져진다는 생각이 조금은 인정하기 싫다고나 할까, 절대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하찮은게 아닌 거 알면서도 못난 비교심과 자존심에 스스로를 다운시키고 있는 것 같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다라는 걸 또 한번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나 또한 기다려온 안정적인 시간인데 말이다. 결국 이 시간을 위해 숱한 도전과 존버를 감행한 건데 말이다. 직장을 이정도 다니면 모두들 겪는 일이라고 으레 시간이 해결해주길 기다리면 되는 걸까? 그렇다고 무턱대고 직장을 때려칠 용기는 절.대. 없다. (시국도 시국인지라..) 지금과 같은 노잼시기, 번아웃 등등 여러가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시기를 어떻게 활용하는 지는 나한테 달렸다. 


 나는 일단 펜을 들기로 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 하고 있는 것, 내가 꼭 이루고 싶은 것, 등을 주욱 적어 볼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차근차근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는 것처럼 소소한 도전을 해볼 것이다. 도전하지 않는 삶을 위해 그간 해본 도전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30살, 어떻게 상반기가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시간에 무감각해지는 나이가 되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으므로, 누가 작다고 손가락질 하더라도 크고 작은 도전을 감행 까지는 아니고 소소하게 만족할 수준으로 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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