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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주 Apr 03. 2022

나에게 무관심한 나에게.

혹은 무관심했던 나에게.

 “사람들은 평생 자신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며 사는  같아.” 영화 러브픽션의 주인공, 희진의 대사이다. 영화를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대사에 동의한다. 평생 자신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는 사는 .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불행하기 짝이 없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고  선택과 행동에 대한 이유를 납득시켜야   같은 기분을 받아왔다.

 영화평론가 신형철의 글에는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우리는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또한 그렇다.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니 내가 가진 복잡성은 이유가 있어야 하고,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서사와 스토리텔링, 흔히 말하는 와꾸가 갖춰 져야만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거쳐 직장에 다니기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모집단이 커지니  와꾸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나를 인식하는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나는 서로에게 무관심의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베스트라 여겼고 소통을 단절시켰다.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 했고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은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가상세계에만 남겼다.   때는 알지 못했다.  또한 상대방을  무관심  어떠어떠한 그럴듯한 프레임으로 재단하고 있었단 것을.

 최근 대학원에 입학을 했을 때도 내 스탠스는 동일했다. ‘어차피 서로 공감따위는 못할 테니 적정 거리를 유지하자!’ 라고 소소하게 마음 먹은 채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대학원 모임도 가졌다. 아무 생각도 없던 나에게 그 모임들은 별거 이상의 수혜를 가져다 주었다. 신입생 환영을 명목으로 가졌던 저녁 자리에서는 그 누구도 개인적인 화두를 올리지 않았다. 학교에서 듣는 수업이나 과목과 연관된 각자의 커리어 만으로도 저녁 시간이 풍성 해졌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나는 제일 나이가 어렸는데 그 누구도 나에게 나이를 묻거나 어리다고 으레 뭘 모른다는식의 꼰대 뉘앙스도 풍기지 않았다. 심지어 그 흔한 남자친구 유무도 묻지 않았다! 독서 동아리를 방문할 때는 아예 위에 밝혔던 나의 입장을 넌지시 드러내기 까지 했다. 리스너를 자청 했던 모임이 끝날 때즈음 들었던 마지막 말은 ‘다음에는 OO씨 이야기도 꼭 들었으면 좋겠어요~’ 였다. 그 멘트는 절대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한 어떤 종용이 아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하루가 지나갔다.

 잠을 자려고 누운    많은 생각이 오갔고 나는 응당  였다면 했을 법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건 바로 기약 없는 다음을 약속하고 피상적인 의무만을 다하는 쿨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용기를 내서 진심으로 다음을 약속했다. 낯선 상황에서 내가 발견했던 것은 너무나도 보수적인  자신 이였다. 이때까지 누군가가 나를 쉽게 판단할까 내가 먼저 선방을 날렸던 것이다.

 내가 회피했던 행동은 사실 내 안에서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고 은연중에라도 못난 모습이 보일까 서로를 모르는 척 하자고 다짐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신형철 영화평론가의 인용구는 다음과 같이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깨닫게  것이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또한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마음 먹었다.

 MBTI나 각종 테스트 결과에 따른 이름으로 쉽게 서로를 라벨링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이미 만들어진 박스 안에 들어가기 위해 나를 수선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여겼지만 사실을 서로를 지독하게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은 아닐까 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아, 물론 스스로도 포함되어 있다. 나는 이번을 계기로 낯선 상황에 나를 주기적으로 두기로 했다. 내가 선호하지 않는 생각과 행동은 사실 나에게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위한 나의 첫번째 노력이자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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