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빵 가게 재습격사건」은 유쾌하다. 결혼한 지 2주 된 신혼부부가 어느 날 밤 배가 너무 고파 맥도널드를 습격해 30개의 빅 맥을 강탈한다는 내용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도무지 상상도 못할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우고 잠에 곯아떨어진다는 내용을 보면 가볍기까지 한데 이 사건의 배경에는 또 다른 사건이 있다. 바로 「빵 가게를 습격하다」 이다. 즉 「빵 가게 재습격 사건」의 화자는 이전에 빵 가게를 습격한 적이 있고 그 사건은 상당히 유쾌하게 마무리되었다. 결국 이전 경험에서 표면상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오히려 무언가를 배운 화자가 배고픔과 관련지어 과거 기억을 떠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사건은 배고픔에서 시작된다. 참을 수 없는 허기, 그는 아내와 냉장고에 있던 여섯 캔의 맥주를 나누어 마신다. 그러나 허기는 가시지 않는다. 화자는 문득 의아해 한다. 이 허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어 그는 바닷속 화산을 떠올린다. 그 바닷속 화산에서 연상되는 것은 프로이트의 무의식이다. 이 무의식은 거의 대부분이 잠겨 있고 물 위로 나와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화산이 아닌 빙산으로 표현했다.
물속 화산이 인간의 무의식이라면 이 안에는 무수한 욕망이 들어있다. 화자가 느끼는 이 허기는 무엇에 관한 것일까.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먹는다. 그렇다면 이 허기는 생존과 연관된 것일까?
화자는 이 허기가 본능이라고 해석한다. 화자 부부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동네 빵집을 습격하기로 한다. 이전에 화자가 경험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동행이 아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이번에 적극적인 사람은 아내다. 아내는 참으로 이상한 여자다. 그녀의 차 안에는 스키 마스크가 있고 총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일이 아니지만 화자는 그 점을 묻지 않는다. 그들은 차로 도쿄 거리를 뒤지다가 모든 빵집이 문을 닫았음을 깨닫는다.
결국 그들은 맥도널드에 들어선다. 시간이 늦어 홀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잠들어 있고 이들은 끝까지 깨지 않는다. 마치 장식물처럼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사건을 목격하되 전혀 관심이 없거나 철저하게 외면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처럼.
화자 부부가 맥도널드의 종업원에게 총을 들이대고 요구하는 것은 빅맥 30개다. 돈이 아닌 햄버거를 요구하는 이 이상한 위협에 매니저를 포함한 세 명의 종업원은 일사불란하게 역할을 맡아 빅맥을 만든다. 심지어 아내는 음료 값을 지불하기조차한다. 빅 맥 30개는 터무니없다. 종업원이 왜 돈을 받지 않느냐고 묻는 것처럼.
이윽고 이들은 빅맥 30개를 들고나와 차를 몰고 거리를 벗어난다. 그리고 각각 5개씩 먹어 치우고 잠이 든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빵 가게를 습격하다」에서는 빵 가게 주인이 빵을 마음껏 먹어도 되지만 대신 바그너의 음악을 함께 들어달라고 요구한다. 화자와 친구는 빵을 먹으면서 바그너의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듣는다. 그리고 화자는 지금에 이르렀고 친구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이 사건의 중요한 점은 마지막에 나온다. 빵 가게 주인은 내일은 탄호이저를 듣자고 말하고 이들의 허기는 완전히 사라진다. “Let’s listen to Tannhäuser tomorrow!” the owner had said.By the time we had arrived home, the emptiness within us had vanished completely. 그 공허는 무엇이었을까? 단지 빵을 먹음으로써 사라졌을까 혹은 빵가게 주인의 다소 별난 인간다움 덕분에 사라졌을까? 그들 모두는 함께 하는 시간에 주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
「빵 가게 재습격 사건」에서는 어떠할까? 물속에 있던 화산이 사라진다. Alone now, I leaned over the edge of my boat and looked down to the bottom of the sea. The volcano was gone. The water's calm surface reflected the blue of the sky. Little waves--like silk pajamas fluttering in a breeze--lapped against the side of the boat. There was nothing else.10년 전 습격사건에서는 공허라면 재습격사건에서는 화산, 이 두 가지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 일은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인간의 불합리한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애초에 빵 가게를 습격한 이들이 바그너의 음악을 듣는다거나 빅맥 30개를 요구한다는 설정이 예상에서 한참 벗어난다. 상식을 벗어난 이 내용은 일탈을 함으로써 느끼는 자유로움을 다룬다. 어디를 가든 조여드는 현대의 일상은 평온을 허용하지 않는다. 아무리 달려도 문명의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화려함은 소외감을 불러온다. 분주함은 외로움을 불러온다.
이들은 일탈로 자유로움을 느낀다. 공허함이 사라지고 화산이 사라진 것은 그들이 현대인의 굴레를 벗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 이 작품들은 영어단편소설 읽기 모임에서 읽은 소설들이다. 애초의 목적은 「빵 가게 재습격 사건」 읽기였다. 이 소설이 너무 재미있어서 「빵 가게를 습격하다」 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