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명상/좋은 뼈대/매기 스미스

by 이강선


좋은 뼈대(Good Bones)/매기 스미스(Maggie Smith)



인생은 짧아요, 하지만 이건 아이들에게는 말하지 않아요.

인생은 짧고, 나는 내 인생을

수천 가지의 달콤하고 무분별한 방법으로,

수천 가지의 달콤하게 무분별한 방법으로

단축시켜왔어요. 아이들에게는 숨길 거예요.

세상은 최소한 50퍼센트는 끔찍하고,

그것도 조심스럽게 한 추정이지만,

이것도 아이들에게는 말하지 않아요.

모든 새에게는 그 새를 향해 던져지는 돌이 있어요.

사랑받는 모든 아이에게는 부서져서 자루에 담겨

호수에 가라앉은 아이가 있어요.

인생은 짧고 세상은 최소한 반은 끔찍해요.

모든 친절한 낯선 이에게는

당신을 망가뜨릴 사람이 하나씩 있어요.

하지만 이것도 아이들에게는 말하지 않아요.

나는 아이들에게 이 세상을 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형편없는 집을 구경시켜주는 괜찮은 부동산 중개인이라면

좋은 뼈대에 대해 지저귀며 말하겠죠:

이곳은 아름다워질 수 있어요, 그렇죠?

당신이 이곳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어요.



2016년 6월 Waxwing, Issue 10에 처음 발표되었습니다.


시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많은 이가 그러하기를 바라지요. 자신이 애써 노력하지 않더라도 시 자체만으로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학연도 인맥도 없지만 오직 시 하나만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기를 바랍니다.


매기 스미스의 「좋은 뼈대(Good Bones, 2016)」가 바로 그런 시입니다. 암울한 시대에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에 유명해진 시이지요.


2016년, 세상은 여러 방향으로 균열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올랜도 나이트클럽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영국은 43년간의 유럽연합 회원국 지위를 버리고 브렉시트를 선택했습니다. 파운드화가 급락하고 주식시장이 폭락했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사임했고,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줘야 하나" 하는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정치는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절망하도록 만들기도 하지요. 기존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공통된 불안감이 전 세계를 휩쓸었던 것입니다.


이 시에서는 "아이들에게는 말하지 않아요"라는 구절이 여러 번 반복됩니다. 이 구절을 통해 나를 포함한 어른들의 복잡한 심리를 드러냅니다.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숨기려는 마음, 절망적 현실 앞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이 한 문장 속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인생은 짧다", "세상은 최소한 50퍼센트는 끔찍하다", "모든 새에게는 그 새를 향해 던져지는 돌이 있다"라는 현실이 얼마나 냉혹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자는 당연히 그걸 알고 있지요. 그러므로 그런 냉혹한 현실 인식 뒤에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말하지 않아요"라고 말함으로써 단순한 보호 본능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건드립니다. 그것은 바로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자, 동시에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바꾸어 말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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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언제나 이처럼 냉혹했을까요? 아득히 먼 옛날 요임금 시대의 농부가 이런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쉬면서, 내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내 밭을 갈아서 밥 먹나니,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랴." 몰래 순시를 나갔다가 이 노래를 들은 요임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족해했다고 하지요. 그만큼 나라가 평온했다는 의미이고, 동시에 정치가 순탄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정치의 힘을 빌지 않아도 개인이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고,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가는 세상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기실은 평온했기에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 세상에서라면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지에 관해 불안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내 삶을 "수천 가지의 달콤하고 무분별한 방법으로 단축시켜 왔다"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숨기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어쩔 수 없이 일부 숨기기는 할 겁니다. 나 자신이 부끄러우니까요. 하지만 그건 개인적인 부끄러움이지, 세상 자체에 대한 절망은 아닐 것입니다.


매기 스미스는 자신을 "형편없는 집을 구경시켜주는 괜찮은 부동산 중개인"에 비유합니다. 현실은 형편없지만 "좋은 뼈대"라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 말입니다. "이곳은 아름다워질 수 있어요, 그렇죠? 당신이 이곳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어요."


이 대목에서 나를 돌아봅니다. 나는 지금 어떤 부동산 중개인인가.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어떤 세상을 '판매'하고 있는가.


화자는 세상이 최소한 50퍼센트는 끔찍하다는 것, 그것은 "조심스럽게 한 추정"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더 끔찍할 수도 있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 세상을 팔려고, 아니 넘겨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정말로 형편없는 집만을 구경시켜주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진짜 좋은 뼈대가 있는 것일까요.


중요한 것은 뼈대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구조 자체, 기본 틀 말입니다. 세상의 뼈대는 무엇일까요. 사랑받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친절한 낯선 이들이 있다는 것, 새들이 날아다닌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이곳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라는 가능성 자체가 뼈대입니다.


돌에 맞는 새가 있다면, 돌을 던지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호수에 가라앉은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를 사랑했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를 망가뜨릴 사람이 있다면, 나를 살려낼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상을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희망이니까요. 그런데 그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금 여기 살고 있는 당신, 어른인 우리가 그 좋은 세상을 만드는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부동산 중개인처럼 뼈대가 좋다고 말할 필요도 없이, 보이는 대로 괜찮은 세상을 만들어갈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어쩌면 매기 스미스의 시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끔찍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숨기고 있는 그 모든 끔찍한 진실들을, 언젠가는 숨길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자, 우리가 가진 진짜 '좋은 뼈대'인지도 모릅니다.


무엇이든 아이들에게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가장 희망찬 세상이자 아주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내 아이에게, 우리 모두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그런 세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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