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얼굴

by 이강선

닮은 얼굴



계단을 더듬어 절로 올라간다


12월 중순

엊그제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아

기와지붕마다 골이 선명하다



인적 끊긴 대웅전

뒤켠에 혼자 선 부처상

언제부터인지 모를 이끼가

발치에서부터

손대지 못한 상처처럼 번져 있다



도심의 부처는 하루종일 소란과 금빛을 입지만

산중의 부처는 단청 벗겨진 처마 아래에서

눈과 비, 바람을 겪으며 시간을 흘린다



뒤편 벽에 푸르고 푸른 녹이

광배보다 선명한데

발치에 놓인 돌그릇 속에

투명한 얼음덩이가 떠 있다



얼음 위에 얼굴 하나

비쳤다 흐려진다



부처님 얼굴인가 했더니

땀 흘린 내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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