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고통이 의미가 되기까지

by 이강선

암을 경험한 이후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극심한 피로를 이야기한다. 그 고통은 매우 실제적으로 몸으로 직접 경험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분명히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지만, 그 경험이 어떤 의미로 정리되거나 이해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그 이야기는 신체적 고통이나 일상의 어려움에 대한 호소로 남는다.


의아해졌다.


사람들은 분명히 고통을 몸으로 경험한다. 그러나 그 경험이 항상 이해되거나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왜 어떤 경험은 단순한 고통으로 남고, 어떤 경험은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까?


융은 의식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무의식으로 남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의식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무의식에 머물게 되고 궁극적으로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르게 된다고 한다.


어쩌면 고통의 경험이 몸의 고통으로만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그 경험이 아직 의식되거나 언어로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글을 써왔다. 시선을 글쓰기로 돌리자 글쓰기는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아니라, 몸으로 경험된 감정과 고통을 언어로 옮기는 과정일 수 있다고 보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바라보고 이해하기 시작한다.


저널 쓰기나 시 쓰기가 치유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결국 나의 질문은 이것이다.

몸으로 경험된 것은 어떻게 의미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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