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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소통, 힐링: 관악구 마음챙김 인문학 강의 종료

by 이강선

8주에 걸친 관악구 마음챙김 인문학 강의가 끝났다. 6월부터 이어진 강의인지라 날은 찌는 듯 무더웠고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기도 했다. 시간은 아침 열 시, 무더위와 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참석하신 분들은 무언가 깨달았거나 새로운 변화를 했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이번 강의의 주제는 치유를 모토로 한 변화와 성장이었고, 모든 이가 참여하는 참여강의였다. 주로 듣는 일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참여는 낯설다. 그러나 참여함으로써 얻는 것은 대단히 많다. 모두가 만족을 표시했고 이런 강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강의라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구청 측에 후속 강의 개설을 요청하겠다고 해주셨으므로.


이분들이 소중히 여겨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려고 애썼다. 내가 소중하다는 것은 이번 강의의 또 다른 모토였다. 참여는 나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나도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주는 일.


강의를 듣고 시를 읽고 서로가 나누고 쓰는 방식은 강사와 참여자가 혼연일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강의를 하는 이는 강사지만 강사는 단순히 조정자 혹은 안내자라고 보면 된다. 그들은 다른 이가 읽는 것을 들었고 한편으로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했으며 그리고 자신의 느낌을 서로 나누었다.


항상 동일한 패턴이 되풀이되었는데 논의 시작 시에는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몰라 얼떨떨하던 이들이 논의하라고 지정해 준 시간을 항상 넘겼다는 점이다. 끝났음을 몇 번이고 알려야 했다.


기성세대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것이 비록 시에 관한 감상이라고 할지라도. 누군가 온전히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다는 느낌을 가질 기회는 더더욱 많지 않다. 기차간에서 비행기에서 전혀 모르는 이에게 내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로 그래서일 것이다.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웠다. 한 분 한 분의 반응이 소중했고 다음 방향을 알려주었다. 유감이라면 나눌 시간을 좀 더 길게 갖지 못한 것이 유감이었다. 쓰는 일까지 한 다음 그 글을 읽고 서로 충분히 나누면 얼마나 좋았을까. 매번 시간제한을 두어야 했고 그것이 안타까웠다.


무엇보다도 하나의 주제를 놓고 온전히 잠겨드는 일, 느리고 천천한 이 경험이 폭주기관차같은 우리 사회에서는 아주 드물어 나를 붙잡는 일이었을 것이다. 힐링은 다름 아닌 쉼에서 온다. 천천히 가는 일에서 온전함이 자라고 깊이가 두터워진다.


이번에는 본 회퍼의 "나는 누구인가"로 시작해 정호승의 "산산조각으로 끝났다. 시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업, 그리고 나누는 한편 쓰는 경험,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두가 흐뭇했던 이 시간이 다른 이들에게도 확대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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