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없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은 알아차리지 못한다고도 합니다. 내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 나의 주의를 끄는 것이고 내가 고민하는 것들이 내 눈에 뜨이기 마련입니다. 어떤 말이 내게 다가온다면 나와 관련 있기에 내 주의라는 그물에 걸려드는 것이지요.
의도/ 크리스틴 로저스
바람에 실린 씨앗처럼
우리의 의도는
멀리, 널리 퍼져나간다.
퍼져나가면서 힘을 펼치고
마침내 조화로운 환경을 만나면
우리의 꿈은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기 시작한다.
지난 토요일, 제게 들어온 문장은 깊이 들어가는 것은 괴롭기 때문에 싫다는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빠져나간 모임 장소에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 다음 지하철역까지 함께 걸었고 전철도 일정 구간 함께 탔습니다. 자연스럽게 화제가 요즘 하고 있는 일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바빠서 하나에 집중할 수가 없어요.”
과연 그녀는 바빴습니다. 그날 하루 그녀의 예정은 세 곳,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저녁에 하나. 반드시 가야 할 곳이었고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녀를 그처럼 바삐 만든 것은 그녀가 살아온 삶이었습니다. 그녀는 여러 가지 일을 해왔고 또 하고 있습니다. 시를 썼고, 그림을 그렸지요. 출판사도 운영했고 전시회도 했지요. 살아온 세월이 말해주는 경력, 그 모든 일이 엄청난 시간과 노력과 관계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왜 그렇게 많은 종류의 일을 했는지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무언가에 집중하게 되면 스트레스받잖아요. 깊이 들어가는 건 싫어요.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즐겁게 사는 게 좋아요.” 가슴이 찔렸습니다. 그 말은 곧 내게 한 말과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깊이 들어가야만 하는 일들은 하지 못했습니다.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 듯한 장벽이 가로막으면, 한두 번 퇴짜 맞으면 다른 곳을 기웃거렸습니다. 늘 동일한 이유였지요. 어려워서, 힘들어서, 돈이 들어서,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이유는 많았습니다. 내겐 안 맞는 세계라고 판단했던 것이지요. 그 어려움들이 넘어야 할 장애물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나를 밀어낸다고만 여겼던 겁니다.
어떤 세계건 깊이 들어가면 어려움이 따릅니다. 고민해야 하고 관계를 넓혀가야 하며 전문적인 정보를 찾아 헤매야 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즐거움으로, 호기심으로 시작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것이지요.
그 세계가 어디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나의 몫입니다. 그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려면 확고한 의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 세계는 조화로운 곳입니다. 조화란 나의 의도가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 상태를 말합니다. 즐겁고 좋아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세계입니다.
낯선 환경에 도전해야 할 수도 있고, 성장하기 위해 실수를 반복하며 배우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고, 때때로 고통이나 인내를 통해 더 깊은 성숙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내 의도가 뿌리내려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곳입니다. 비록 꺾이고 상처 입더라도 그로 인해 더 성숙할 수 있는 곳.
우리는 모두 나를 가꾸는 정원사입니다. 내 의도에 물을 뿌리고 돌보는 사람입니다. 따뜻한 계절뿐 아니라 눈 내리고 바람 부는 엄혹한 계절에도 태풍이 몰아치는 때도 여전히 돌보는 사람입니다. 조화로운 세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