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는 마음속에 간직하라고 있는 법이지

by 야루키사원


<빌런 5호 소개>

유도현 차장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해서 전달하고 ‘자기식 해석’으로 오해를 만드는 소통 왜곡자)

닉네임 : 오해 전달자, 빅마우스, 트러블메이커

특기 :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해서 전달하기, 다른 사람 이야기를 전달할 때 본인의 감정과 해석을 추가해 오해의 소지 만들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진심은 그게 아니었다고 억울해하며 상황 얼버무리기


<야류키의 관찰 메모>

“감정을 담아 전달된 말은

결국 오해를 만든다. “






업무 통보는 개인적으로,

업무 배재는 공개적으로.




[O월 OO일 오후 1시,

센터장님 최종 보고

(참석자 : 팀장, 유도현 차장)]



출근 전 팀 캘린더를 확인한 야루키 사원은 사무실 자리에 앉자마자 캘린더를 다시 확인했다. 여전히 참석자 이름에 야루키 사원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업무를 도와달라고 부탁할 때는 개인적으로 티타임을 요청하더니, 임원 보고에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야루키 사원의 이름을 빼 버렸다. 그리고 그걸 야루키 사원이 당일날 아침, 캘린더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자료는 야루키 사원이 거의 다 만들었다. 게다가 보고 후 피드백을 반영하려면 현장에서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이 필요하다. 팀장에게 티타임을 요청해 보고에 대한 정황을 물었다.


“팀장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좀 혼란스럽네요.

유도현 차장과 팀장님께서 도와달라고 부탁하셔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바쁜데도

야근하면서 작업했거든요.

최종 보고는 제가 참석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요? “

”앗! 뭔가 오해가 있었네요.

그런 줄 전혀 몰랐어요.

유도현 차장 말로는 야루키 사원이 평소에

이 일을 하는 걸 많이 부담스러워했다고

최종 보고는 참석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 말했거든요.

이 부분은 제가 유도현 차장과 다시 이야기해 볼게요. “


얼마 후, 팀장과 이야기를 마친 유도현 차장이 야루키 사원 자리로 와서 말했다.


“야루키 사원님, 그렇게 센터장님 보고에

들어오고 싶으시면 들어오셔도 되어요.”


같이 일을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자리에 누락된 거라 팀장에게 문의한 건데 유도현 차장의 해석은 남 달랐다. 사실 유도현 차장과 이전에 같이 일했던 과장님에게 그 사람과 대화할 때는 개인적인 이야기나 중요한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같이 일하기 전까지는 티타임도 자주 하며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초 업무를 함께 시작한 이후로 예전에 들었던 그 조언이 자주 떠올랐다. 티타임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고 언제부턴가 인사하는 것도 어색해졌다.




“차장님, 지금 시간 괜찮으시면

차 한 잔 하실까요? “


그래도 한 때는 친했던 회사 동료와의 관계가 어색해지고 싶지는 않아 야루키 사원은 유도현 차장에게 티타임을 요청했다.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 마주 보고 앉아있는 두 사람. 그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유도현 차장이 격양된 목소리로 먼저 말을 시작한다.



“솔직히 저는 야루키 사원이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인 것 같아 너무 당황스럽네요.

제 입장에서는 야루키 사원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배려한 건데 팀장님에게는

전혀 다르게 이야기하셨더라고요?”

“저는 상황이 혼란스러워서 말씀을 드렸던 건데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



정말 당황스러운 건 야루키 사원이었다. 협업 조직에서 전시회 출시를 검토해 보자는 의견을 전시회 참석으로 정리하고, 외부 컨설팅을 고려해 보자는 액션 아이템을 외부 컨설팅 진행으로 마무리하는 사람이 유도현 차장이다. 본인이 오해한 걸로 누군가를 앞과 뒤가 다르다고 이해한 사람에게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대화를 계속 이어나갈 힘이 없어진 야루키 사원은 죄송하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유도현 차장의 표정과 말투가 아까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상대의 마음은 한결 나아진 것 같은데 야루키 사원의 마음은 벌어진 상처 틈으로 계속 피가 흘러내린다.



“그나저나 옆 팀 부장님

이번에 희망 퇴직 하신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몸이 안 좋아서 수술도 받고 힘들어서 나가신대요”

“네? 그 부장님 정말 건강하신데요?”

“아, 그래요..? 사실 저도 전해서 들은 거라 정확하진 않아요. 그 부장님이 아니라 다른 부장님인가…”



그분은 야루키 사원이 입사해서 처음 만난 팀장님이었다. 마침 어제 팀장님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예전 팀 사람들이 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었다. 팀장님은 덤덤한 표정으로 몇 년이나 더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막막했는데 아이들도 다 컸고 좋은 기회라 생각해 갑자기 결정했다고 하셨다. 같은 팀일 때 시작한 아침 등산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유지 중이었고 이제부터는 아침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등산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어린아이 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속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진실이 이런 식으로 왜곡되는구나, 내가 부장님과 모르는 사이였다면 나도 영원히 진실에 닿지 못했겠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야류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정보를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감정을 실어 해석을 전했다.

그리고 그 해석은 언제나 오해를 만들었다.‘



사실과 미묘하게 다른 무언가. 유도현 차장의 해석을 거친 일들은 전달될 때마다 실제와 조금씩 다른 모습이 되었다. 그는 언제나 진심이라고 말했지만 그 진심이 사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언제나 불투명했다.



야루키 사원은 이번 일을 통해 사실을 아는 것보다 사실을 어떻게 전달하는지가 신뢰와 관계를 좌우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확실하지 않은 건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고, 잘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는 게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애매한 이야기는 애매한 관계를 남길뿐, 서로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앞으로 그는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말보다 스스로 확인한 사실을 먼저 이야기하며 전달자가 아닌 확인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우선은 진실 말고 진심으로 하지."
"진실을 진심으로 대체하기는 더 어렵지 않나."
-<절창>, 구병모 장편소설, p151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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