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5일 예술 잡지 디아티스트매거진에 출고된 기고문입니다.>
수년 전부터 이어온 한국판 모노크롬 ‘단색화’의 열기가 주춤한 분위기다. 2015년 무렵 한창 주가를 올리던 때와는 분명 다르다. 여전히 단색화가 옥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할 순 있어도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모습이 잘못 됐다는 게 아니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문제다. 언제까지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가 한국 미술을 대변할 순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들은 이러한 상황을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다. 단색화로 인기를 얻은 작가의 흥행을 마치 단색화의 흥행으로 눈속임하고 있는 그들이다. 마치 해당 작가들이 평생 단색화만 그려온 것처럼 보이게 말이다.
3일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차대영)와 아트프라이스가 올해 상반기 국내미술품 경매시장 결산을 발표했다. 전체적인 틀은 지난해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여전히 서울옥션과 K옥션이 메이저 경매사로써 미술시장을 이끌고 있었고 그 핵심엔 단색화가 있었다. 언론들 역시 단색화가 여전히 ‘강세’라는 뉘앙스의 기사를 올려 대기 바빠 보였다. 낙찰율이 줄어든 것보다는 작가들이 얼마를 벌어들였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단색화의 강세, 얼핏 보면 맞는 말 같았다.
현실은 달랐다. 국내 메이저 경매사인 K옥션의 6월 경매에서 김환기가 출품한 세 작품은 모두 낙찰됐다. ‘산월’과 ‘새와 달’, 그리고 ‘무제’였다. 그러나 이 중 단색화는 없었다. 대표적인 게 김환기의 ‘산월’이다. ‘산월’은 김환기가 단색화로 이름을 알리기 전 그린 추상화다. 사실 김환기는 단색화 작가로 분류하긴 아까운 인물이다. 단색화 열풍에 힘을 얻은 작가인 것은 분명하나 해외에선 그를 그렇게 가둬 두지 않는다.
2월 메이저 경매에서도 김환기와 박서보, 정상화 등의 작품이 대부분 낙찰됐지만 6월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언론들은 단색화가 아닌 작품들도 그들이 만든 ‘단색화 열풍’의 도구로 써버렸다. 미술계는 이제 ‘포스트 단색화’를 준비하며 단색화 이후를 생각하는 모습이었지만, 이상하게 언론만큼은 조금이라도 더 기사 소재로 쓰고 싶어하는 모습이었다.
모처럼 국내에 쏠린 관심을 어떻게든 더 유지하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유행이라는 게 그렇듯 너무 집착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마치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처럼 지금의 상황을 바라봐선 안 된다. 그러한 모습 자체가 단색화의 장르적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 미술계는 끊임없이 포스트 단색화를 얘기하고 있고, 관련 포럼을 개최하며 한국 작품의 생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결코 단색화를 놓아버리려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다. 언론은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이것이 단색화에도, 그리고 다른 한국 작품에도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유행의 단점은 왔다 간다는 것이지만 장점은 갔다 온다는 것이다.
단색화는 언제나 거기 그대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