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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영 Feb 27. 2021

윤석남, 위기 속 여성을 그리다

학고재갤러리

김마리아(1892-1944) 여성 독립운동 단체 근화회 조직 및 임정 활동 다수 ⓒ윤석남 [사진=고데영]

페미니즘이 가미된 작품/전시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위기의 여성을 그리거나, 위기 속 여성을 그리거나.


1세대 페미니스트 화가 윤석남의 이번 전시는 후자다. 14인의 독립운동가의 초상을 통해 그들이 위기의 조국을 위해 얼마나 용맹하게 맞섰는지 보여준다.


긴 말이 필요없는 전시다. 작품 자체의 예술성을 논하기 전에 기록자로서의 윤석남을 떠올린다. 기록자답게 팩트를 제시하고 과거 주인공들이 인터뷰 등을 통해 남긴 멘트를 첨부했다.


그림 속 여성들은 성별과 무관하게 한 번쯤은 우리가 알고 넘길 필요가 있는 역사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은 또렷한 눈망울로 작가를 응시하거나 무언가를 손에 쥔 채 한곳을 곧게 바라본다.


초상 하나하나에 느껴지는 강인함은 역사적 사실에 더해져 빛을 발한다.

ⓒ윤석남 [사진=고데영]

전시 공간 한 편에는 여성들이 그려진 뾰족한 조각들이 있다. 그동안 음(-)의 영역, 오목한 부분이 여성을 울타리에 가뒀다면, 윤석남은 볼록하다 못해 날카롭게 뻗어 있는 조각에 이들의 얼굴을 그림으로써 주체적이고 행동주의적인 인상을 심어줬다.


여담이지만 인물의 인터뷰 가운데 '집사람'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본인도 모르게 남편 분이 아내 분을 회상하며 한 인터뷰인가 했지만, 실상은 아내 본인이 남편을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여전히 선입견에 갇혀 있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


전시는 4월 3일까지. 무료. 예약 없이 명부 작성(QR코드 인증) 후 관람 가능.

박진홍(1914-?) 해방 전까지 네 차례의 투옥을 겪었던 사회주의 운동가 ⓒ윤석남 [사진=고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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