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 국제부 기자의 일과

by 고대영

수습 시절, 선배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너 어디 가고 싶니?”다. 난 국제부라고 답했다. 반응은 똑같다.


“거길 왜”


이유는 취재 부서가 아니라는 것. 흔히 말하는 기자란 필드, 그러니까 회사 밖에서 여러 사람을 상대하고 술도 먹고 으쌰 으쌰 하면서 소스를 받아 기사를 써야 하는데, 국제부는 회사로 출근하는 내근직이라는 것이다.


국제부 가서도 취재하고 단독을 쓸 수 있다고 하자 모 선배는 말 같은 소릴 하라며 나무랐다. 더 따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속으로 몇 번이고


“매일 기자실에 앉아서 받아쓰면서 뭔 필드”


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았지만, 잘 참았다 그래도.


시대는 바뀌었다. 예전같이 술을 부어 취재를 하는 것만 취재로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다. 데이터를 파고들어 새로운 의미를 도출해내는 데이터저널리즘도 계속 커가고 있고, 나처럼 이메일이나 SNS, 화상채팅을 통해서도 취재가 가능하다.


사실 술을 못해서 둘러대는 핑계다. 내가 술을 좋아하고 잘했다면, 지금 이 시간에도 퍼붓고 있었겠지. 소스 하나만 달라고 하면서 말이다. 난 술 잘하는 기자들이 부럽다. 어쩌겠는가. 그러질 못하니 다른 생존 전략을 찾는 것이다. 그래도 산업부와 증권부에서도 단독 보도를 할 수 있었던 건 다 나름의 노력 덕분이라 생각한다. 숫자와 상황을 읽을 줄 알고, 질문이 구체적이고, 호기심만 있으면 기자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제부 업무 대개는 외신 번역이 차지한다. 어쩌면 전체 보도 대비 외신 비중은 99% 일지 모른다. 나는 한 98%가 아닐까 싶다. 취재량이 적다기보다 하루에 처리하는 외신이 많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부부처나 기업 등을 출입하면서 보도자료를 쓰는 일이나 국제부에서 외신을 처리하는 일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필드에 나갔다 들어온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도긴개긴이다. 매일 단독 보도를 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은 자료에 살을 붙이거나 이미 보도된 타사 기사를 참고하거나, 연합에 기댄다. 여기에 각자 취재원을 통해 얻은 정보를 더해 기사를 내는 것이다.


그렇다 쳐도 국제부가 외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취재도 가능하다. 그러니 설령 본의 아니게 국제부 발령이 나도 우울해할 필요가 절대 없다. 이게 내 결론이다.


내가 소속된 이곳은 경제지인 터라 새벽엔 뉴욕 시황을 처리한다. 그리고 오전엔 간밤에 일어난 일들 중에 전달할 가치가 있는 소식들을 모아 ‘발제’라는 걸 한다. 쉽게 말하면 ‘오늘 이걸 쓸게요’ 하고 요약본을 보고하는 거다. 킬(거절)되기도 하고 통과되기도 한다. 편집 회의에서 기사가 더 커지기도 한다. 커진다는 건 내용을 추가한다거나, 다른 부서와 협력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귀찮아질 수 있지만, 보도하고 나면 대부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퇴근 전까지 외신들을 처리한다. 중간중간 기획도 해야 한다. 기획은 좀 굵직한 이슈들 위주로 심화된 보도를 하는 것이다. 이 역시 외신에 많이 기대는 편이다. 특히 한국과 관련된 이슈라면 팀원들이 더 매달려서 집중한다.


그럼 나는 언제 취재를 해서 기사들을 내느냐? 그건 퇴근 후.


다행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는 취재원 대부분이 시차가 꽤 있는 곳들에 거주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퇴근 후에 대화를 나누는 게 더 편하다는 것. 내가 잘 때가 되면 그들에겐 활발한 오후 시간대인 경우가 상당수였다. 어떨 땐 잠을 미루고 새벽에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상대와 대화할 때 (그게 트위터든 페북이든 스냅챗이든 왓츠앱이든) 가능하면 친구와 카톡 하듯 하길 원한다. 지금까진 경험상 최대한 시차를 깨뜨려서 실시간으로 대화해야 좀 더 원하는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세월아 네월아 하기 일쑤다. 저녁에 한 질문이 다음날 점심에 오기도 하니 말이다. 오고 가는 티키타카에 골도 많이 터지는 법이다.


한 가지 문제는 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출근하면 기사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자칫 기본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팀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개별 취재를 하려 한다. 내가 아프면 그것 자체로 팀에 민폐다. 나 혼자 잘났다고 나대지 않는 것, 그것이 어느 조직에서든 가장 중요한 기초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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