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여행.

by 정승빈

퇴근길에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를 산다.

적어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만큼은 맥주를 마시며 편안히 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유에서다.

그렇게 매일 들르다 보니 단골이 되었다.

늦은 퇴근이나 주말에 술에 취해 들를 때면 주인아저씨는 '오늘은 퇴근이 늦으셨네', '술 많이 드셨네'라며 말을 건넨다.

그것이 영업적이든 호의에서든 비단 나에게만 하는 말은 아님은 알고 있다.

하지만 수년을 다녀도 모른 척 인사 한번 없는 가게도 많은데, 먼저 기억해서 인사하고 말을 건네는 것에 작은 고마움을 느꼈다.

나는 모레 이사를 간다. 같은 동네지만 멀어져서 이 편의점엔 올 일이 없게 되었다.

내 말에 그는 단골 하나 줄었네라며 안으로 들어가 여느 때처럼 김밥을 한 줄을 가지고 나왔다.


"혹시나 기분 나빠할까 봐 그동안 못 줬는데 ,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더 진작부터 줄걸"


모두 유효기간이 아슬하게 남은 것이지만 거의 매일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건넸다. 때때로 미안해서 거절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저 무어라도 주려는 그 마음이 고마운 것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함께 시간을 보내다 서로 헤어져야 할 때면 그들의 표정에는 표현하기 힘든 공통된 것이 있다.

굳이 설명하자면 웃음과 슬픔 그리고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 등이 아름답게 섞여있는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짧은 시간임에도 헤어짐이 무척 아쉬운 것은 서로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잘 지내시란 마지막 인사에 주인아저씨의 모습에 그들의 모습이 잠깐 엿보였다.

호들갑스럽지 않은 그의 은근한 따뜻함에 나는 문득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가벼워졌다.

평범한 일상의 여행.




오래전 회사 다닐 때.

홍대 길거리 어딘가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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