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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승빈 Jan 13. 2021

연락처

1월 13일. 열세 번째.


동호회 활동하며 친해진 친구가 있었다.

자주 모임도 갖고 제법 친했지만, 동호회 활동이 뜸해지면서 친분도 점점 시간의 흐름에 희석되었다. 그럼에도 메신저나 폰의 연락처에는 저장이 되어있어서 먼저 안녕! 하고 메시지를 보내면 다시 예전처럼 가까워질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긴 시간의 거리감에 결국 뭣하러 하며 관두기 일쑤였지.

메신저에 추가된 사람들을 정리하면서 오랜만에 그 친구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아무런 대답이 없으면 삭제할 요량이었으나 갑자기 웬일이냐며 답이 왔다. 대답이 없으면 삭제할까 해서 보내봤다는 내 말에 그는 ‘지워지지 않아서 다행인 거네’라고 했다.


지금도 폰에는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의 번호가, 이제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의 번호가 수백 개나 저장되어있다. 이번엔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그때마다 그 친구의 말이 생각이 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었다. 아슬하게 이어져있는 관계. 먼저 연락을 하면 다시 밝게 답을 해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긴 시간의 어색함 때문에 선뜻 그러지 못하는 마음은 서로 매한가지겠지.


연락처를 지우면 그 친구의 말처럼 영원히 지워질지도 몰라 여전히 남아있는 숱한 번호들.

어쩌면 상대방의 연락처에서 이미 지워져 버렸을지도 모를 내 번호.

요즘 세상 사람들의 아슬아슬하게 이어져있는 인연의 끈.





그 친구와는 요즘 가깝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 한 장의 드로잉, 하나의 단상.

1장 1단. 열세 번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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