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루에 20분 이라도 걷는 일

by 이매송이

써지지 않는 게 아니라 쓰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한동안은 읽기만 할 것이다. 어제 YouTube를 둘러 보다가 한 동훈이 기타 라이브를 하는 영상이 지나갔다. 왜 갑자기 한동훈 얘기를 하냐면 <한동안>이랑 대충 말하면 단어가 비슷하게 들려서다. 지금 내 머리 속이 이모양인데 쓰면 안 되지. 아무런 장치도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고 있으니. 하지만 소설을 보면 어느 정도의 정리가 되기 때문에 조금 더 맑은 뇌를 가지기 위해서는 더 많이 많이 많이 많이 작품을 만나야 한다.

집 밖에 나갈 생각은 없었는데 유 선배가 하루에 20분 이라도 걸으라고 했던 생각이 나서, 사실 그 오빠가 아니라 다른 사람일 수도 있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행거가 무너진 곧 이사할 집에 마냥 있는 것보단 햇볕을 쐬는 게 낫다고 판단 해서 오늘도 외출 했다.

어제 막내 동생에게 해장국을 먹고 싶으면 연락 하라고 문자를 했다. 그랬더니 언니가 먹고 싶어? 라는 말이 되돌아 왔다. 자기는 혼밥을 잘한다고 언니도 혼자서 먹어 보라고 했다. 나는 사람이 너무 많으면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 평일 낮에 가보라고 그때는 붐비지 않을 거라고 대답 했다.

이사가 두 달도 안 남았다. 그 전까지는 나답지 않은 행동을 좀 해 보려고 한다. 일단 지금 일을 두 달 째 쉬고 있는데, 일단 이것 부터가 나에게 없는 경험이다. 나에 대한 기준을 너무 높게 잡지 않고, ‘이러면 어때? 살아있는 게 대단한 거다.’ 라는 정말 과거의 나라면 입밖으로 꺼낼 수 없는 어떤 의견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이것도 성원 선배가 해준 말인데, 막상 선배는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일도 잘 하고 글도 잘 쓰고 심지어 그걸 자기가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 곧 나올 자기의 책에 내가 물었던 질문에 대한 모든 답이 나와 있다면서 열 번이나 홍보를 했다ㅋㅋㅋㅋㅋ

하지만 나에게 너는 작가가 될 모든 자격을 갖추고 있으니 계속 (잘) 쓰면 된다고 했다. 약간의 염세와 농을 곁들인 위로 그리고 현실을 말해 주어서 좋았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나는 책 한 권만 내고 그걸로 자랑라고 만족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시간도 온몸으로 느끼고 잘 지내 보려고 한다.

이번 주 수요일과 목요일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 모두 약속이 잡혀 있다. 기쁘다. 오늘만 잘 버티면 내일이 오니까, 바닐라라떼나 마셔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근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