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
티격태격하며 술주정을 하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담배 피는 밤. 사랑한다는 말을 못해 자꾸 아내를 놀리는 남편, ‘나도’ 라는 답변 대신 남편의 인사법을 따라하는 아내. 애초에 저 나이가 되어서 단둘이 술자리를 하고, 이러쿵 저러쿵 짝 맞게 대화 한다는 건 애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내가 니 말은 잘 듣제?”
남자가 말을 한다. 그리고 허허허 웃는다.
여자는 궁시렁 대면서 마지막엔 “여봉~” 한다. “내가 여봉~하니 징그럽지?” 하고 덧붙이는 게 참 귀여우시다.
멀리서 들으면 싸우는 소리 같지만, 험한 말 한번 나오지 않는다. 이런 모습들을 발견할 때 결국 난 사랑에 지고 만다. 사랑이란 결국 사라질 순간의 마법이라고 외쳐 보지만, 사실은 아니라는 걸 알고 사는 내내 믿어 왔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평생 지는 삶이다, 사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