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여행

서울세계불꽃축제와 머리 말리는 일

by 이매송이


1. 작년에 추위에 떨며 너와 함께 다리 위에서 봤었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수많은 인파를 만나서 패닉이 온 내 손을 꼭 잡고 자기만 믿으라며 먼저 걸어가던 그 사람. 다정했었다.

올해는 보지 못하지만 괜찮아. 아직 그때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야. 펑펑하고 터지던 그 불꽃들. 와아- 하며 동시에 내 뱉은 말들. 식은땀 나던 날 안정 시켜 준 목소리. 글을 쓰는 사람의 장단점은 추억이 마음에 남는다는 거야. 머리에 두는 게 아니라서 어떤 순간은 팽창돼 있기도 해.

그때 빌었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어.



2. 머리카락이 길어서 늘 대충 말리고 잠에 들었다. 그는 그러면 감기에 걸린다면서 같이 있는 밤이면 본인이 먼저 드라이기를 쓰고 날 꼭 불러 말려 주었다. 머리숱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처음 본 거라며 초반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매일 매일 시간이 갈수록 능숙해졌다. 그래서 나는 샤워가 너무 즐거웠다. 내가 씻고 나오면 항상 드라이기를 들고 준비하고 있는 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나의 의식의 흐름을 되돌아가 보니 뭐랄까 최근에 두 명의 사람에게서 불편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 문장이 내게는 상처 내지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내가 받았던 수많은 사랑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머리를 말려 주는 그 두 손, 아무리 피곤한 날이어도 나의 머리는 꼭 책임졌던 고마운 사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손을 내미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