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파키스탄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가게 앞 빌라 지하 일 층에 산다. 고작 하루에 인사 두 세 번을 할 뿐이지만, 매일 또 밝게 웃는다. 처음엔 슬쩍 와서 쳐다 보더니, 어느 순간 나의 출근 시간에 맞춰 계단을 올라 오고, 언젠가 동생도 데려와서 인사 시켰다. 이런 우리에겐 암묵적 룰이 있다. 서로에 대해서 자세히 묻지 않는 것, 아빠가 있을 때에는 모른 체 하는 것 등등. 그 친구의 나이는 아마도 7~8살 인 것 같다. 그녀에게 허락 된 공간은 지하 방 몇 평과 빌라 앞 작은 몇 걸음이다. 그래서 나를 보면 아주 반가워하고, 근처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이 하원할 때에는 많이 기뻐한다. 맛있는 것도 나눠 주고, 재밌는 것도 함께 하고 싶지만 마음 속에서만 끝낸다. 그 친구가 곤란할 수도 있으니까. 그녀에게 선택지가 없다면 굳이 내가 보여 줄 필요는 없는 거다. 그냥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인사하고,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내일 또 만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