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욕실 문설주에 손을 세게 부딪쳤다. 많이 아팠으나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하며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다. 자고나니 부딪친 곳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파스를 붙였다. 다음날 가라앉는듯 하여 또 파스를 붙였다. 그렇게 다시 하루가 지나자 통증이 느껴지며 손을 음직이기가 어려웠다. 하는 수 없어 눈길을 걸어 병원을 찾았다. XㅡRAY를 찍으니 다행히 뼈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음직이면 빨리 낫지 않으니 반깁스를 하자고 했다. 의사는 열흘 정도 고생 하겠다고 했다.
생활이 불편해졌다. 옷을 갈아 입기도, 씻기도 쉽지가 않다. 음식을 만들고 그릇 뚜껑을 여는등 주방살림 다루기도 쉽지 않고 설거지 하기도 난감해졌다. 삶은 달걀 껍질 벗기기조차 한손으론 어렵기만하다. 깁스 하지않은 오른손도 씻을 수가 없다. 본래 손은 오른손이 왼쪽손을, 왼손이 오른쪽손을 서로 씻겨주는 거였다. 손은 그렇게 서로 협력하고 돕는 사이였다.
한손 만으로는 할수 있는게 별로 없다. 딸과 친구에게 깁스한 손을 사진 찍어 보내니 어느쪽 손이냐고 묻는다. 왼쪽손 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 이란다.
다쳐보니 오른손 보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역할을 하는듯 했던 왼손의 존재도 생각보다 중요했다. 두손은 대부분의 일을 함께 한다. 왼손이 도와야 오른손이 힘쓰는 일을 한다.
신체 전부를 두고 볼때 한손은 작은 부분이다. 작은 부분이 제역할을 멈추자 몸전체가 불편하고 몸이 해야 할 일에 제한이 가해졌다.
깁스하고 며칠이 지나자 손가락이 음직여지지 않는다. 며칠 손을 쓰지 못하고 붕대를 감아둔 사이에 손의 근육이 굳어버린 것이다. 이번엔 파라핀에 손을 담그며 물리치료를 해야했다. 이래저래 한달가까이 불편한 생활이 이어졌다.
뜻밖의 불편한 생활을 하며 이런 이치는 삶의 모든 면에도, 사회의 여러 분야에도 적용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쳐서 그나마 다행인 부분도 없고 하찮게 여겨질 부분도 없다.
작아 보이는 각각의 역할들이 활기차야 전체가 잘 음직인다. 있는듯 없는듯 한편에서 묵묵히 제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사회 전체가 음직이고 돌아간다.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누구에게나 그만의 해야 할 일이 있다.
모두가 제자리에서 성실하게 제일을 할때 전체가 무리 없이 음직인다.
학창시절 고전문학 시간에 배우던 "규중 칠우 쟁론기"가 생각 난다. 바느질 도구(자, 바늘,가위,실,골무,인두, 다리미)들이 서로 자기의 공을 자랑하며 잘난체 하다가 결국엔 모두가 다 꼭 필요하고 소중 하다는걸 깨닫는 내용이다.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사회구성원 누구나 똑깉이 소중하고 필요한 존재라는걸 알고 있다. 그러니 고전문학에도 "규중칠우쟁론기" 깉은 작품이 있지 않은가.
꼭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네가 할 일과 내가 할 일을 나누어 하며 함께 살아간다.
어느 분야에서든 자기 역량에 대해 긍지를 갖고 서로를 존중하며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해 나갈때 건강한 사회를 이룰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