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골자는 개그우먼들이 남성중심의 조직인 방송국 체제 안에서 어떻게 생존해 왔는지에 대한 내용 이었다.
과거 방송국에서는 여성들의 활동이 남성들에 비해 미미했다.
시류가 그러했고 여자들이 방송에 재능이 있건 말건 그 사실은 차치하고,
상황에 따라 필요할 시에 쓰이는 소모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 시대적 풍조는 '여자들은 재미가 없다' 라는 양상을 띄며 남성 위주의 방송을 기획하고 제작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의 위치는 늘 뒷전 이었고 활로를 찾아 존립한다 는 것은 늘 어려운 숙제였다.
하지만 그녀들은 각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재능들을 함양하며,끊임없이 도전했다.
그리고 결과는 극미하지만 점진적으로 성장했다.
박나래는 방송중 인터뷰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했던 칼국수집이야기를 꺼내며
칼국수와 겉절이를 비유한다.
칼국수는 돈을 지불하고 시켜야지만 나오는 반면 겉절이는 반찬통에 담겨 늘 같은자리에 머물러 있었다고,
자신은 겉절이가 되기가 싫었다고 한다.
돈을 주고 시켜야만 나오는 칼국수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곤 매일같이 자신이 설 수 있는 무대를 찾아 다녔다고 한다.
남들이 먼저 불러서 가기보다는 먼저 가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그것을 설득시켜 무대에 올라갔다.
그녀는 늘 도전적인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역량을 쌓아나갔다.
그녀의 삶의 모토는 개그를 향해 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이다.
그녀는 19금개그에 탁월하다.
일반대중들은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공채가 아니다.
폭소클럽 이라는 개그프로에서 자신의 19금개그를 대중들에게 인정받아 차출된 차석 이었다.
데뷔초에 19금개그로 인정을 받았으니 근래 이슈였던 인터넷방송에서의 19금논란이 있었던 이유도
지금 생각해 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그녀는 단순하게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뿐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부담 된다는 이유로 고개를 돌린 것이다.
자신의 강력한 무기가 되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하다.
다큐에서 박나래는 개그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말한다.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서라면 이 한몸 불 사지르겠다''개그우먼들도 웃장을 까야한다,
아직 보여줄게 너무나 많다' 라는 그녀의 기백은 대한민국 코미디언들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런 이유로 박나래는 가끔 부담의 아이콘으로 표현 되곤한다.
대중들은 그녀의 개그가 부담스럽고 독하다며 자신들의 불편함을 표방했었다.
과거 그녀는 동료에게 그런 고민들을 토로했다고 한다.
자신의 독하고 부담스러운 캐릭터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는 개그를 못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에 동료는 그렇지 않다 현 시대가 너의 개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것 뿐이다 라며 위로했다고 한다.
점차 시간이 흐르며 방송트렌드도 변화하기 시작한다.
정통 코미디프로그램 에서 버라이어티 그리고 최근 관찰예능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송은이와 김숙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20년간 누군가의 선택과 부름을 받아 방송국에 출근했었는데 부름을 받지 못한다면
나는 의미가 없는 존재가 되는건가?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고 한다.
당시 기획사의 대표는 김숙에게 일이 없는게 당연하다,
현재 프로그램의 트렌드가 가족예능과 관찰예능 인데 너가 보여줄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라며
현실을 전했다고 한다.
이에 그녀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언지 고민했다.
방송국의 섭외인가?아니면 자신들을 알리는 일인가?아니면 든든한 기획사 인가?
생각 끝에 그녀들은 본질에 다가서게 된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이 두 가지를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발견했고,문제를 타개 하기 위해 생각의 판을 뒤집는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송은이 김숙의 팟캐스트 vivo tv 비밀보장 이다.
VIVO TV 비밀보장의 슬로건은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5천만 국민을 위한 속 시원한 비밀보장 상담소'였다.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며 자신들의 회사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운영중이다.
그녀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방송국을 차린 것이다.
이제는 누군가의 선택이나 부름을 받지 않고도 자신들이 원하는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실이 방송가에서 큰 의미를 가졌던 이유는 연예인 이라는 직업 특성상 방송국이 라는 시스템안에 들어가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밖에 없었는데,아예 그 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서 새로운 콘텐츠들을 생산하여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트렌드를 바꾸고 성장했다 라는점이다.
VIVO TV의 성공은 '대중들은 이러한 예능을 기다리고 있었다' 라는 점을 시사하며,보수적이고 꽉 막혀 있던 방송국 체제를 쇄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은 방송국뿐만 아니라 시청자가 외면하면 움츠려드는 연예인의 상관관계도 뒤집어 놓았다.
개그우먼들은 '니네 보라고 하는게 아니고 내 만족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라는 의도를 내세우며 관점을 뒤집었다.
이에 대중들도 '당당한 모습 그 자체로 아름답다'라며 '나도 당당해져야겠다' 라며 서로를 고취시키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자신들의 솔직함과 진정성이 브랜드화 된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박나래와 김숙에게 시대를 잘 만나서,시대가 바뀌어서 물을 만났다 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한다.
그녀들은 시대를 잘 만난것이 아니다.
그녀들은 자신의 열정과 노력으로 시대를 바꾼 사람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들의 재능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끊임 없이 도전했다라는 사실이다.
포기하지 않는 그 꾸준한 도전이 시대를 바꾸는 힘이 되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한다.
시대를 바꿀 수 있겠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