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살고 있다는 증거

멀리서 빈다 당신이 행복하길

by 보림월

블로그에 글을 쓴 지 11개월 정도 지났다.

거의 일 년이다.

우울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작년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근 3개월가량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으니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기간은 8개월이라고 치자.

블로그 창을 열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난 아직도 글 쓰는 걸 두려워한다.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심지어 한 문장 이든

내 손이 타자기를 두들겨 나름 숙고해서 만든 결과물이

비문이 되거나 효용이 없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 되어버릴까 봐 늘 불안해한다.

그 지독한 기운이 득세하여 나를 통째로 집어삼킬까 봐

두려움에 벌벌 떨던 과거의 치욕을 잘 알기에

삶에서 조금씩 불안을 밀어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나는 전적으로 할 가치가 있는 모든 일에는

특히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모든 일에는

이런 느낌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그래서 매일같이 되뇌기 위한 문장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모니터 귀퉁이에 붙여 놓았다.

"불안을 피한다면 제대로 살고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하루를 시작할 때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하지 않고 피했더라면

지금의 난 어디에 있을까?라고 말이다.

취업 면접을 볼 때마다,

처음 사업자등록증을 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첫 데이트를 할 때,

아무도 모르는 여행지에 가기 위해 공항에 갈 때,

그리고 블로그를 시작할 때 에도 모두 똑같은 느낌이었다.

불완전해 보였고, 불안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결국 불안이라는 건 당신이 쳐놓은 울타리의 경계를 넓히고,

삶의 범위를 확장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표시이다.

마치 카우보이들이 로데오를 하듯

길들여지지 않은 황소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뿔을 꽉 잡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된 뒤부터 앞으로 나에게 찾아올 모든 불안들을 환영하기로 마음먹었다.

삶에 있어서 기적이나 행운 같은 것들은 마법과도 같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에서 다루는 것처럼

마법이란 것은 늘 안전지대 바깥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불안과 두려움을 많이 가지고 산다는 건,

당신이 제대로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니 더 이상 힘들어할 이유가 없다.

이제 곧 마법이 펼쳐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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