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마주하는 것

자신을 승인한다는 것

by 보림월

혼자 있는 공간에서 혼자 생각을 하고 혼자 책을 읽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해가 뉘엿뉘엿 떨어질 때까지 누워서 천장만을 바라보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몽상을 즐기며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길 속으로 바라면서 수채화 그림에 붓으로 파란색 선을 슥 하고 긋는 것처럼 멀건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웃음을 들킬까 봐 다시 정색하고 사유하는 척하는. 아무도 찾아와 주지 않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그런 소박하고 일상적인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했다.

그런 시간들이 여태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나를 객관화하지 못하고

타인이 나를 평가하는 일이 찾아오면 지레 겁을 먹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가면을 골라 얼굴에 뒤집어쓴 채 진짜 나의 모습을 감추기에 바빴을지도 모른다.

내 앞에 닥친 쓰디쓴 현실의 고통을 어떡해서든 피하기 위해 도망쳤고 시간이 흘러 나에게 남은 건 '나이만 먹은 허울뿐인 어른'이라는 볼품없는 주홍 글씨의 낙인뿐이었다.

어른으로서의 성장은 고사하고 인생의 주인으로서 주도적인 삶을 포기한 채 청춘을 낭비한 부랑자로 살아온 댓가는 그나마 남아 있는 나의 시간에 나태함을 교착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른이 되려는 처절한 몸부림은 나의 성장을 방해하기만 했고 그런 몸부림이 커질수록 나는 깊은 수렁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크게 입을 벌린 암흑의 수렁 속에서 끊임없이 허우적대고 있을 때 어느 순간 진짜 내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비루하고 또 한없이 초라한 그 정경에 말 없이 울었다.땅거미가 지기 전 푸르스름한 저녁이 찾아올 때쯤에 골목에서 길을 잃은 어린아이처럼.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그런 한 아이가 내 앞에서 울고 있었다.

그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 그리고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 나는 어른이 되기로 결심했다.

결국 현실의 고통이 삶의 애착을 불러일으켜 나에게 안겨준 것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정면으로 마주 할 수 있는 용기였다.

나는 그 용기를 기반으로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수렁 속에서 한 걸음 두 걸음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어두 컴컴한 수렁 속에서 선명하게 짜인 현실로 조금씩 발을 디딜 때마다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그리곤 중얼거렸다.

"아,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거였구나."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여전히 부족하지만 삶의 파고를 두 발로 꼿꼿이 서서 버틸 수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중이다.

삶 속에 비치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만큼 두렵고 공포스러운 일은 없다. 하지만 거짓 없이 스스로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 때.진짜 내 모습을 받아들였을 때. 그제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대하든 어떠한 풍파가 휩쓸던 내색하지 않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고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두 다리로 꼿꼿이 설 수 있는 태도를 가지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