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는 진실보다 화려한 허위를 사랑한다.
붉은 노을을 본 적이 언제였던가? 내 머리 위로 주홍의 실크 커튼이 드리워진 그 기분.
모든 사물들을 소멸시킨 뒤에 여유롭게 불어오는 한 줌의 바람에는 미열을 머금은 흥분이 있었다.
내 시각과 촉각은 늘 붉은 노을에 반응했고 그 감각들은 내 몸 자율신경계 어딘가에 음습한 늪처럼 고이고 말았다.
그러나 과학이 밝히는 지식은 노을이란 먼지입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것이 반사체 역할을 해서 더욱 붉어지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었다.
노을이 붉고 아름답다는 뜻은 그러니까 저 하늘에 수없이 많은 더러운 먼지들이 둥둥 떠 있다는 의미였다.
알고 보면 진실이란 이토록이나 불편하고 무자비하고 냉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붉게 타오르는 노을 앞에서 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온갖 지저분한 것들의 은밀한 가면이 되어주는 저 주홍의 광휘는 황량한 폐허와도 같은 나의 무너진 세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종의 관용처럼 느껴졌다.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는 건 마치 하수구에 시간을 버리는 것처럼 인간에게 불필요한 소모와도 같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보잘것없는 진실보다 화려한 허위를 사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