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집 냉장고에 함께 즐겨 해 먹던 파스타 레시피를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주었다. 재료도 적고 간단한 조리법이지만 나만의 비법이 있는 터라 사람들은 이따금씩 웬만한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맛있다는 소리를 많이 해주었다.
레시피가 적힌 작은 쪽지를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던 A가 나에게 물었다.
"이 레시피 말이야. 나 말고도 아는 사람들 많겠지? 당신은 다정한 사람이니까 많이 해줬을 것 같아."
말을 하는 A의 눈빛에 슬픔이 번지고 있었다. 그 눈빛에서 무언가를 상실해버린 이의 애처로움을 보았다. 애착하던 물건을 잃어버려 슬퍼하는 아이의 눈처럼 A는 말없이 내 눈을 바라보고 침묵 속에서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침묵이 흐른다. 실제로 손에 쥐고 무게와 견고함을 확인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침묵이었다.
결국 나는 의심당해버렸다. 작은 쪽지 뒤에 요리법 앞에서.
그리고 변명할 수 없었다. A의 슬픈 눈빛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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